10년간 사비를 들여 울산 태화강변에 꽃길을 조성하고 비둘기와 갈매기에게 모이를 주고 있는 곽용(郭勇·61·울산 중구 우정동)씨는 “인간과 꽃과 새는 셋이 아니라 하나”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34년간 교육공무원으로 근무하다 지난해 6월 울산 강북교육청 과장으로 정년퇴임한 곽씨는 ‘꽃선생, 비둘기 아빠’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새와 꽃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경남 합천이 고향인 곽씨는 합천댐 건설로 수몰된 고향집 마당의 꽃씨를 보관해두었다가 1968년 4월 교육 공무원을 시작하면서 학교 주변에 심기 시작했다. 1979년 7월 울산으로 발령나면서 가는 곳마다 꽃씨를 심었던 곽씨는 현충일 휴일이던 1994년 6월 6일 새들과 운명적으로 만났다.
이날도 태화강변에서 꽃밭을 손질하고 있던 곽씨 옆으로 비둘기 한 쌍이 날아왔다.
길가에 버려진 빵조각을 주워 던져주고 이내 잊어버렸으나 다음날에는 두 쌍이 날아왔다. 집에서 가져온 보리쌀로 모이를 주기 시작하자 비둘기가 계속 주변에 모여들었다. 지금은 1000마리 이상으로 ‘식구’가 불어났다. 또 태화강 위로 날아다니던 갈매기에게도 모이를 던져줘 지금은 250여마리가 몰려들고 있다.
비둘기에게는 하루 5㎏의 보리쌀을, 갈매기에게는 건빵을 던져주고 있다. 곽씨는 호각을 불어 새를 모은뒤 모이를 던져주고 있어 호각소리가 나거나 곽씨의 모습만 보이면 주위를 맴돌던 비둘기와 갈매기가 수백마리씩 몰려들어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하루 1만원씩 소요되는 보리쌀과 건빵 구입비는 자비로 부담하고 있다.
곽씨는 “직장생활하면서 제대로 돌보지 못한 꽃과 새를 이제야 본격적으로 돌볼 수 있게 돼 ‘본업’으로 돌아온 느낌”이라며 “울산의 상징인 태화강 일대가 꽃과 철새들의 천국으로 변해 더 이상 ‘공해도시’라는 오명을 듣지 않았으면 하는 좋겠다”고 말했다.
울산=정재락기자 jr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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