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총리 인선 뒷얘기]교육계 현실 최대한 고려

  • 입력 2003년 3월 6일 23시 33분


청와대가 윤덕홍(尹德弘) 대구대 총장을 교육부총리로 최종 낙점하기까지는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교육개혁의 적임자로 꼽았던 전성은(全聖恩) 거창 샛별중학교 교장은 막판까지도 3배수 후보군에 포함됐으나 대학교육 경험이 전혀 없는 데다 교육의 세계화 부문에서도 취약하다는 점 때문에 우선 순위에서 밀린 것으로 전해졌다.

정찬용(鄭燦龍) 대통령인사보좌관은 “그동안 10여명의 후보를 놓고 적임자를 골랐으며 직접 만나 면담한 사람만도 5, 6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는 “윤 총장은 교육개혁에 대한 철학이 확고하고, 고교 교사를 8년 동안이나 했으며, 전문대 교수를 지내는 등 대학뿐 아니라 중등 교육에 대한 식견도 깊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청와대가 인선에 어려움을 겪었던 이유는 무엇보다 ‘서울대 사대 출신으로는 교육개혁을 할 수 없다’는 나름대로의 판단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서울대 사대 출신들의 인맥이 교육계에 워낙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어 이들이 오히려 교육개혁에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했다”면서 “특히 인수위 때부터 교육부에서 서울대 사대 교육학과 출신의 김신복(金信福) 차관을 조직적으로 지지하는 바람에 내부에서는 서울대 사대에 대한 거부감이 아주 강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서울대 사대 출신인 윤 총장을 낙점한 것은 무엇보다 교육계의 현실을 무시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선작업 초기엔 오명(吳明) 아주대 총장이 사실상 교육부총리로 내정됐었으나 시민단체의 반발로 ‘없던 일’이 돼버리는 바람에 인선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대안으로 부상했던 김우식(金雨植) 연세대 총장의 경우 정 보좌관이 직접 만나기도 했으나 연세대가 추진하는 기여입학제도가 교육 평준화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이 약점으로 작용했다.

최종적으로 압축된 3배수 후보 리스트에는 윤 총장과 전 교장, 김상곤(金相坤) 한신대 교수 등이 올라갔으나 이 중 김 교수는 전체 대학행정을 이끌기에는 다소 역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통령직인수위 국민참여본부장을 지낸 이종오(李鍾旿) 계명대 교수도 거론됐으나 ‘뚜렷한 색깔이 없다’는 이유로 배제됐다.

진통을 거듭하던 인선작업은 결국 개혁성보다는 지방대 육성과 교육의 세계화 및 경쟁력 강화 쪽에 무게가 실리면서 윤 총장으로 최종 낙점됐다는 후문이다.

한편 정 보좌관은 윤 총장과 노 대통령의 관계에 대해 “대통령께서 아마 아실 것이지만 그리 깊은 인연은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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