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시청식당 “민원인은 기다리세요”

  • 입력 2003년 3월 7일 18시 02분


7일 낮 12시10분. 비가 내리는 가운데 서울시청 본관 1층 구내식당 앞에 10여명의 노인들이 줄지어 서있다. 12시40분에 시작되는 일반인 식사시간을 기다리는 것.

이곳에서 자주 점심을 해결한다는 김모씨(74)는 “싼값(1800원)에 먹을 수 있어 고맙지만 직원들이 드나드는 입구에서 우두커니 기다리려니 처량하다”고 말했다.

구내식당은 직원 외에도 시청을 방문한 민원인이나 주변의 노인들이 이용한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식사시간 제한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최근 한 시민은 시청 홈페이지(www.metro.seoul.kr)의 ‘시장에게 바란다’에 글을 올려 “ 일반인은 12시40분부터 이용할 수 있다며 들어가지 못하게 해 불쾌했다”며 “왜 노인들을 밖에서 기다리게 하면서까지 공무원과 일반인을 차별하느냐”고 항의했다.

이에 대해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은 “본관 식당의 이용인원은 1000여명인데 식당은 300석이 안 돼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답했다. 시 청사관리반에 따르면 본관식당 이용자 1000여명 가운데 일반인은 10% 정도. 시민을 위한 시청인 만큼 이 정도의 인원이라면 굳이 시간을 제한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청사관리반 관계자는 “원래 직원을 위한 시설로 만들어져 직원에게 불편을 강요하기 힘든 데다 일반인이 몰리면 주변 식당에서 항의한다”며 “노인들만이라도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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