康법무가 털어 놓은 '고검장급 인선 과정'

  • 입력 2003년 3월 10일 00시 27분


강금실(康錦實) 법무부 장관이 9일 열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평검사들과의 토론에서 이번 검찰인사 파동의 실마리가 된 고검장급 승진인사 인선 과정을 털어놓아 눈길을 끌었다.

강 장관은 “법무부 검찰국장에게서 인사자료를 받았다”며 “그러나 인사 파일엔 학력과 경력, 고향만 기재돼 있을 뿐 어떤 사건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잘못은 없었는지 등 업무에 대한 공적사항은 전혀 기록돼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강 장관은 이어 “오로지 상급자의 평가등급 A, B, C만 있는 상태에서 인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법무부 차관에게 초안을 만들어 보라고 했으나 차관은 ‘장관이 할 일’이라며 거절했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또 “3일 저녁 김각영(金珏泳) 검찰총장과 만나 1시간반가량협의했는데 김 총장이 고검장으로 천거한 사람 가운데는 고문치사로 책임져야 할 인사와 이용호 게이트, 옷로비 사건 개입 검사가 포함돼 있어 도저히 수용할 수 없었다”며 “따라서 부장검사와 평검사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수십명으로부터 의견을 듣고 인사안을 짰다”고 설명했다. 김 총장이 천거한 인사는 사시 14회의 K지검장과 K고검차장, 사시 15회의 K지검장과 법무부 P국장 등이다.

강 장관은 “개인적으로 조언을 준 검사들이 모두 도와준 사실이 알려지면 자신이 곤란해진다고 해 조언자를 밝힐 수 없다”며 “대통령께 보고했더니 개혁적인 안이라고 평가해 이 사실을 김 총장에게 통보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도 9일 “(참모들이) 정상명(법무부 기획관리실장·사시 17회로 노 대통령과 동기) 검사를 법무차관으로 하면 어떻겠느냐고 건의를 해와 가슴이 뜨끔했다. 그후 전화로 정 검사에게 차관 내정을 알리지도 않고 ‘여러 가지로 미안합니다. 앞으로 잘 좀 도와주십쇼’라는 말만 하고 끊었다”고 털어놓았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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