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념의 전각가(篆刻家) 서용철(徐容哲·48)씨는 요즘 다소 허탈감을 느낀다.
6년여만의 작업 끝에 230만자에 달하는 성경(신약 27, 구약 39 외경 9권) 전문을 2580과(課)의 옥돌에 새겨넣는 역작(力作)을 3일 끝냈지만 이 작품을 인정해 주는 사람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1997년 12월부터 하루 10시간 이상씩 돌을 붙들고 살았어요. 처음에는 칼을 누르는 손끝이 아프더니 해를 넘기면서 팔목 어깨 목 등으로 통증이 확대됐어요.”
왜 돌에 글을 새기느냐고 물었더니 거리낌 없이 그는 “나 자신에 대한 도전 때문”이라고 답했다.
크지도 않은 돌(1과)에 적게는 몇 백자에서 많게는 몇 천자까지 새겨 넣었으니 그의 작업이 얼마나 어려운지 짐작할 수 있다. 작업으로 인해 눈이 침침해지기도 했으며 돌을 자르고 다듬는 과정에서 허리를 다쳐 며칠 간 일을 못할 때도 있었다.
그는 1998년 금강경(金剛經) 전문 5440자를 1207과의 옥돌에 새겨 이를 인천종합문예회관에서 전시했다.
2001년 6월 한국기네스협회로부터 ‘최단 기간 최다 전각(篆刻) 제작’ 기록을 인정받은 그가 처음 칼을 잡은 것은 군복무를 마친 직후인 1978년. 처음에는 인장(印章)을 만드는 일을 했으나 점차 서예에 기초를 둔 ‘자법’과 칼을 다루는 도법을 배웠다.
그는 “돌에 새긴 성경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이 작품을 보고 교회나 성당을 찾는다면 더 없이 좋고요.” 032-467-9166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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