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 인천의 한 개발업체가 이 산 자락에 위락단지를 조성하려다 ‘계양산 살리기 시민모임’ 등 시민단체의 반발로 개발계획이 무산됐던 이 곳이 최근 다시 개발 논쟁에 휘말리고 있다.
계양구는 삼국시대 때 축성된 총 길이 1.2㎞의 계양산성과 조선시대 고종 황제 때 쌓은 중심성(衆心城·길이 471m)을 복원하면서 삼림욕장 및 등산로 정비 작업도 함께 벌이고 있다.
또 롯데그룹은 계양산 동북쪽 자락인 목상동 일대 74만평에 골프장과 생태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개발 대상 지역을 모두 소유하고 있는 롯데그룹은 5일 주민설명회를 가진 데 이어 10일 관계자와 계양구청장과의 면담을 통해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구는 이에 대해 “심각한 산림훼손이 우려되는 골프장 건설 계획은 받아들일 수 없지만 청소년 수련시설이나 위락단지 등의 건설 방안은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는 이와 별도로 다남동 일대 70만평에 대단위 청소년위락단지를 조성하는 계획을 최근 마련했다. 4억달러(약 4800억원) 가량의 외자를 유치해 청소년수련원, 호수공원, 영농체험장, 생태공원 등을 조성한다는 것.
계양구와 롯데그룹이 개발하려는 지역은 인천지하철 1호선과 신공항철도의 환승역인 계양역(2005년 완공 예정)과 가까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다.
박희룡 계양구청장은 “계양산의 산림과 유적지를 최대한 보호하되 전철이 지나고 주택가가 몰려있는 산 밑자락에 청소년 휴양시설 위주의 개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롯데그룹 측의 개발안은 골프장 위주의 수익사업이기 때문에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천녹색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계양산 일대의 개발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화약고, 고압 송전탑, 군 송신소 등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계양산이 야금 야금 파괴되고 있다”며 “계양산을 지켜낸 시민의 뜻이 왜곡되지 않도록 계양산에 대한 종합적인 보전 및 이용 계획을 세우라”고 인천시에 촉구했다.
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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