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 학사 논문도 사고 판다

  • 입력 2003년 3월 16일 14시 37분


석사와 학사학위 논문을 사서 대학에 제출하는 '지식 매매'가 만연하고 있다. 또 이같은 논문 대부분이 전국 상당수 대학의 논문심사 과정을 무사 통과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서울지검 형사7부(박태석·朴泰錫 부장검사)는 16일 돈을 받고 논문을 대신 써준 혐의(업무방해 등)로 논문 대행업체 '논문 119'와 '가보세'의 각 대표 지치용씨(52)와 정영규씨(37)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논문 대행업체의 의뢰를 받아 논문을 써준 곽모씨(25·여) 등 2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하고, 돈을 주고 산 논문으로 석사 및 학사 학위를 받은 김모씨(45·교사) 등 16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또는 약식기소했다.

▽논문 대필 실태= S대 교육대학원에 다니던 박모씨(37·학원 운영)는 2001년 12월 '석사 학위 논문을 대신 써준다'는 내용의 인터넷 광고를 보고 '논문 119' 대표 지씨에게 논문 대필을 의뢰했다.

비용은 235만원. 박씨는 지씨를 통해 논문 대필자 곽씨가 쓴 '기업 PR로서의 스포츠 스폰서십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을 건네받아 이를 대학에 제출, 석사학위를 받았다. 또 교사 김모씨(46)는 지난해 1월 '가보세'에서 300만원을 주고 산 논문 '위대한 개츠비에 나타난 남성인물 연구'를 Y대 교육대학원에 제출해 석사학위를 받았다.

검찰 조사결과 현재 대학가에는 인터넷과 대학 구내 게시판에 논문 작성을 도와준다는 광고를 내고 논문을 사실상 대신 써주는 업체가 30개 이상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업체들은 박사 석사 학사 학위 논문을 각각 편당 평균 500만원, 300만원, 50만원 가량씩 받고 있다는 것.

논문 대필을 의뢰한 사람들은 20∼40대의 공무원 자영업자 주부 회사원 디자이너 교사 등이었다.

▽대학의 엉터리 논문심사= 서울의 S, H, D, B, 또 다른 H, 또 다른 S대 등과 지방의 J, Y, D, K대 등 전국의 11개 대학이 대필한 논문을 인정해 석사 및 학사 학위를 줬다.

특히 이들 대학이 인정한 석사학위 논문 11편이 모두 대학 학부 졸업생 곽씨와 재학생 박모씨(24)가 쓴 것으로 드러나 상당수 대학이 주먹 구구식으로 논문을 심사하고 있지 않느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각 대학이 논문에 대한 심도있는 평가 뿐 아니라 논문 제출자와 작성자가 같은 사람인지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대필 논문을 제출해 학위를 받은 사람들의 형이 확정되면 해당 대학에 논문 대필 사실을 통보할 방침이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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