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실종된 신태영씨(35), 누나가 희생된 신진석씨(33), 어머니를 잃은 전은영씨(22·여)는 칠곡 구미 상주 보은 청주 진천 안성 용인 의왕을 거쳐 17일 안양유원지에서 마지막 밤을 보냈다. 이어 18일 관악산을 넘어 서울대에 도착함으로써 320㎞에 이르는 도보행진을 마무리했다. 이들은 ‘대구지하철 2·18참사 다시는 이런 일이’, ‘대구 시민도 대한민국 국민이다’는 문구가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하루 평균 10시간 매일 30여㎞씩 ‘고난의 행군’을 벌였다.
발바닥에는 온통 물집이 잡히는 등 만신창이가 되고 얼굴의 핏기도 가신 상태지만 이들은 결연한 표정으로 도보행진을 마친 소감을 밝혔다.
신태영씨는 “한 시골에서는 할머니가 손을 붙잡고 같이 울기도 했다”며 “그러나 나눠준 팸플릿을 보지도 않고 구겨서 버리는 시민도 있어 처참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0명의 사망자를 낸 대형참사가 다시는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에서 도보를 시작했고, 아직 순수하고 열정이 있는 대학생들을 만나고 싶어 서울대로 왔다”고 말했다.
3일 전 발목을 접질려 압박붕대를 감고 행진을 마친 전씨는 “탈진으로 링거 주사를 맞아야 했지만 대구 참사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촉구하고 싶어 행진에 끝까지 참가했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대 정문에는 사회과학대 입학을 앞두고 희생된 이현진양의 고교 선배와 친구 등 30여명이 이들을 맞았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이들을 위해 교내 대학본부 앞에서 추모집회를 열고 대구지하철 참사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교문에서 도보행진단을 맞은 사회대 학생회장 이무영씨(경제학과 4)는 “사회대에 입학해 우리들과 함께 공부하고 있어야 할 이현진양의 꿈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도보행진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7시 광화문에서 열린 추모집회에서 정부의 성실한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정재윤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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