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뇌물 5억은 줬다면서…

  • 입력 2003년 3월 18일 21시 15분


심완구(沈完求) 전 울산시장이 최근 서울고법에서 열린 뇌물수수사건 선고공판에서 징역 5년에 추징금 5억원을 선고받았다. 심 전 시장이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해 아직 법정다툼이 끝나지 않은 만큼 수뢰여부는 일단 논외로 치자.

하지만 심 전 시장에게 5억원을 줬다고 주장하는 평창종합건설㈜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적지 않다.

지난해 5월 심 전 시장이 퇴임을 일주일 가량 앞두고 검찰에 자진 출두해 구속된 이후의 재판과정, 그리고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홍업(金弘業) 전 아태재단 부이사장의 수사 과정 등에서 이 회사의 비양심적인 기업윤리가 속속 드러났기 때문이다.

울산 출신 유준걸(柳俊杰) 회장이 사주인 평창은 울산에서 4개 지구 297만㎡에 구획정리사업을 했거나 진행중이고 2000여가구분의 아파트도 건축했으며 지방 언론사의 사주이다.

평창은 부동산 경기가 한창이던 1990년대 울산 요충지에서 부동산 개발사업을 벌이면서 울산을 기반으로 성장을 거듭했다. 평창이 ‘울산 도시개발 그 자체’라고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평창은 그러나 농지를 택지로 바꾸는 구획정리사업을 하면 반드시 납부해야 하는 농지조성비 337억여원을 ‘체비지(替費地) 매각 부진’을 이유로 5년째 납부하지 않고 있다. 이는 울산 전체 농지조성비 체납액의 75% 수준.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울산은 큰 부지를 ‘두부모 자르듯’ 세분화시켜 구획정리사업을 하는 바람에 학교와 공원부지가 부족하고 유흥가는 넘쳐나는 기형적인 도시가 됐다”고 비난했다. 울산에서 구획정리사업을 많이 한 평창도 이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울산의 기형적인 도시개발에 일조했던 평창은 ‘돈이 없어’ 농지조성비를 못낸다면서 심 전 시장에게는 본인의 끈질긴 부인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5억원을 줬다고 밝혔다. 김 전 부이사장에게도 회사 간부를 통해 1억원을 건냈다.

뇌물로 뿌릴 돈은 있지만 농지조성비 납부의무는 이행하지 않는 게 ‘향토기업’ 평창의 현재 모습이다.

사업 대가로 납부해야 하는 부담금을 내는 것은 최소한의 기업의 도리이다. 평창의 양심회복을 기대한다.

울산=정재락기자 jr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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