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한나라당이 당시 24개 기업에서 불법 모금한 것으로 확인된 166억7000만원 중 117억3000만원의 모금 과정에 이 전 차장이 개입했으며 출처 불명의 70억원을 추가로 모금하는 데도 관여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검찰은 또 이 과정에서 이 전 차장이 당시 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와 직간접으로 연계해 대선자금을 불법 모금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이 전 차장은 “이회창 후보와는 무관하게 서상목(徐相穆) 당시 한나라당 의원의 부탁을 받고 개인적으로 기업인들을 연결시켜 줬으며 내가 관여한 모금액은 10억원 정도”라고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해 왔다.
검찰은 이 전 차장을 상대로 당시 선거자금 요구 대상 100개 기업을 선정한 뒤 선거자금을 지원한 기업체의 세금을 감면해주거나 세금 납기를 연장해줬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이 전 차장은 모금한 자금 가운데 일부를 고서화 구입 등 개인적인 용도로 쓴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전 차장의 혐의가 확인되면 20일 정치자금법 및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르면 이번 주말부터 서상목(한나라당) 전 의원, 이 전 후보의 동생 회성(會晟)씨, 임채주(林采柱) 전 국세청장 등 사건 관련자 중 일부를 소환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전 차장은 19일 오전 3시경(한국시간) 미국 시카고공항에서 미 당국에 의해 검찰 수사관에게 넘겨져 대한항공 KE038편에 탑승한 직후 체포됐으며 이날 오후 4시45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서울지검으로 압송됐다.
검찰은 98∼99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이 사건을 수사했던 이충호(李忠浩) 대전지검 특수부장이 현재 서울지검 특수1부에 파견나와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 전 차장은 이날 입국장에서 “평생 공직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사려 깊지 않은 행동으로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검찰에 나가서 모든 진실을 밝히겠다”고 귀국 소감을 밝혔다.
진남색 상의에 회색 바지 차림의 이 전 차장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상의하거나 보고한 적이 있느냐’는 등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검찰에서 모든 걸 다 얘기하겠다”고 짤막하게 말한 뒤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입국장을 빠져나온 이씨는 동행한 검찰 직원들과 함께 서울 서초구 서초동 검찰청사로 직행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인천=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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