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이사람/통일-환경 노래하는 향토시인 이선관씨

  • 입력 2003년 3월 20일 21시 44분


경남 마산에 뿌리를 내리고 살면서 통일과 환경, 그리고 ‘현실’을 투박하면서도 정감어린 언어로 노래해 온 이선관(李善寬·62) 시인은 20일 미국의 이라크 공격과 국립 3·15묘지 성역화 사업 등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먼저 그는 자신이 그동안 ‘반전(反戰)’과 평화를 신봉해온 만큼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우울한 소식일 수 밖에 없다며 비판의 목소를 높였다.

그는 이날 10여년 동안 혼자 살고 있는 마산시 추산동 사글세방에서 이라크전 발발 뉴스를 보며 ‘녹색평론’ 최근호에 실린 ‘에너지 사용 효율화를 실천하고 있는 전갈’이라는 제목의 자신의 시 한편을 소개했다.

‘…/쌀 미(米)자로 통하는 미국이라는 나라는/ 어찌된 셈인지 무슨 권한으로/…/피도 눈물도 아랑곳 않은 채/무자비하게 이라크를 공격하려고/…/닭을 잡는데 어찌 소잡는 칼을 쓰랴라는 속담도 있는데’

전갈도 상대에 따라 독성의 강약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들어 미국의 대대적인 이라크 침공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그런 한편 그는 자신이 참여했던 1960년 3·15의거의 희생자 묘역이 국립묘지로 승격되고올해 43주년을 맞아 성역화 사업이 마무리된 데 대해서는 “매우 반가운 일”이라 크게 반겼다.

그는 3·15의거 기념사업과 관련해 “후세들이 역사의 공과를 정확히 알 수 있도록 사업들이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당사자의 친일문제 등이 제기돼 논란을 빚고있는 몇가지 기념사업들을 예로 든 것이다.

그는 또 노무현(盧武鉉) 정부에 대해서는 “대통령 혼자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보필하는 사람들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이 시인은 마산시에 서운한 감정을 토로했다. 2001년말 교보환경문화상을 받고 마산시를 방문해 당시 시장에게 “조그만 작업 공간을 제공해 주면, 사용한 뒤 사 후에 자신이 소유한 모든 자료들과 함께 시에 되돌려주겠다”고 제안했으나 3년 가까이 아무런 대답이 없기 때문이다. 행정당국이 ‘보수 문인’에게만 좋은 대우를 해 준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뇌성마비 2급 장애인으로 몸짓과 말하기가 불편한 이 시인은 1969년 첫 시집 ‘기형의 노래’ 이후 ‘독수대’ ‘나는 시인인가’ 등 10권의 시집을 냈으며 지금도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마산=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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