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수성구 위장전입 大入 효과없다"

  • 입력 2003년 3월 21일 21시 16분


서울의 ‘강남 8학군’에 비유되는 대구 수성구 지역의 학력수준이 다른 구(區)의 학력에 비해 절대적으로 높은 것은 아니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대구시교육위원회 정만진(丁萬鎭) 위원이 최근 펴낸 ‘대학입시와 대구교육’이라는 책에서 정 위원은 “성적이 우수한 중학생이 수성구 고교로 위장전입할 경우 오히려 대입에서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수성구 위장 전입=지난해 수성구로 전학한 중학교 3학년 1456명 가운데 335명(23%)이 위장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에는 1545명, 2000년에는 813명이 위장전입했다. 대구시교육청은 올해 처음으로 위장 전입 학생을 가려내 원래 거주지 고교로 배정했다.

수성구 고교에 다니는 학생 가운데 대구의 다른 구 또는 경산 등 인근 지역에서 전입한 학생비율은 15% 선. 이에 비해 서구 지역의 고교에 다른 구 출신학생은 1%에 불과했다. 이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대구의 다른 구와 수성구 지역 고교의 학력 격차가 큰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수한 중학생들이 진학=지난해 4월 실시한 모의고사에서 수성구의 5개 사립고교 1학년 평균점수는 255점. 다른 구 소재 16개 남자고교의 평균은 217점으로 38점 차이를 보였다.

이같은 점수차이는 시험 시기가 고교 입학 직후였으므로 고교 간 학력차이라기보다는 중학생 때의 학력 차이라고 연구서는 분석했다. 상위 30% 학생의 평균성적도 수성구 지역이 317점으로 다른 구 고교의 278점에 비해 39점 높았다.

91년도 고입 연합고사에서도 194점 이상 고득점 입학생이 동구 및 북구 소재 남자고교에는 평균 7.5명씩 입학했으나 수성구 남자고교에는 평균 27명씩 입학했다.

91년에 고교에 입학한 중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간 94년도 입시결과도 중학교 때의 성적이 그대로 이어졌다. 동구 북구 6개 고교의 서울대 합격자는 평균 4명씩, 남구 중구 달서구 7개교는 평균 6명씩이었으나 수성구 7개 고교는 15명씩이었다.

▽위장전입할만한 장점 부족=성적이 우수한 중학생이 수성구로 위장전입하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다. 2002학년도 서울대 입시에서 대구 학생 전체 합격자 341명 가운데 수시전형 합격자는 92명(27%)이며, 이 중 수성구 지역의 5개 사립고교는 64명이 응시해 9명(14%)이 합격하는데 그쳤다.

수성구 고교의 서울대 진학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94년 대구 고교생의 서울대 합격자 221명 가운데 수성구 5개 고교의 합격자는 95명(43%)였으나 2002년에는 전체합격자 341명 중 수성구 5개 고교 출신은 100명 이하로 점유율이 29%로 오히려 떨어졌다.

정 위원은 “지난 10년 동안의 대학진학을 살펴보면 수성구 지역 고교가 다른 구에 비해 유별나게 뛰어난 것은 없다”며 “수성구로 위장전입을 하기보다 교과성적과 함께 논술과 심층면접을 잘 준비하는 것이 대입에서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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