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숙종 아들 신도碑 반환 논란

  • 입력 2003년 3월 23일 18시 05분


“육군사관학교는 연령군 신도비(神道碑·사진)를 원래 있었던 영등포구에 돌려주어야 한다.”(서울 영등포구)

“정당한 절차를 거쳐 육사로 옮겨온 것이기 때문에 돌려줄 수 없다.”(육사)

최근 조선 숙종의 여섯째아들인 연령군(延齡君)의 신도비 반환을 놓고 영등포구와 육사 사이에 논란이 일고 있다.

신도비는 죽은 자를 기리기 위해 무덤 옆 길가에 세우는 비석. 논란이 되고 있는 이 신도비는 연령군이 1720년 21세의 나이로 요절하자 숙종이 세운 높이 3.83m의 화강암 비석.

조선 5대 왕인 문종은 왕릉에 신도비를 세우는 것을 법으로 금지했다. 그러나 연령군 신도비만은 19대 숙종의 특명으로 건립돼 조선 왕가(王家)의 마지막 신도비가 됐다.

원래 위치는 영등포구 신길7동 대방초등학교 교정이었으나 1967년 당시 소유자(미상)가 육사에 기증하면서 노원구 공릉동 육사의 육군박물관 앞으로 옮겨졌고 이후 1980년 서울시 유형문화재 43호로 지정됐다.

영등포구가 반환 운동에 나선 것은 최근 주민들 사이에서 신도비를 돌려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부터. 구는 지난달 육사에 반환 요청 공문을 보내고 이번 달부터 반환을 위한 주민 서명 운동에 들어갔다. 영등포구와 구의회는 “문화재는 원 위치에 있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육사는 조속히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영등포구에 별다른 문화재가 없는 상황에서 연령군 신도비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한 육사의 입장은 단호하다. 육사박물관측은 “당시 소장가가 문화재 당국의 승인을 받고 정당한 절차를 거쳐 육사에 기증한 것이어서 절차상 아무런 하자가 없다”면서 “육사의 노력으로 서울시 문화재로 지정돼 잘 보존되고 있는데 이제 와서 돌려달라는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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