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토론교육 확산…토론하다 보면 창의력 사회성 쑥쑥

  • 입력 2003년 3월 24일 18시 21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미동초등학교 5학년 1반 학생들이 24일 수업 시간에 컴퓨터 게임이 유익한 것인지를 놓고 진지하게 토론하고 있다. -김미옥기자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미동초등학교 5학년 1반 학생들이 24일 수업 시간에 컴퓨터 게임이 유익한 것인지를 놓고 진지하게 토론하고 있다. -김미옥기자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일원동 일원초등학교 6학년 1반 교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옳은 것인가’를 주제로 학생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학생들은 찬성측과 반대측이 각각 8명씩 나뉘어 전쟁의 불가피성과 부당성에 대해 진지하게 의견을 교환했다.

토론의 진행도 담임교사가 아니라 학생 대표가 맡았으며 토론에 참여하지 않은 급우들은 양측의 주장과 토론에 임하는 태도 등에 대한 평가표를 작성했다.》

백윤석군(12)은 “이라크는 테러의 중심국이므로 다른 나라의 안전을 위해 미국이 응징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오나래양(12)은 “미국은 자기 나라의 이익을 위해 유엔의 승인 없이 전쟁을 일으켜 무고한 민간인을 희생시키고 있다”고 반박했다.

찬성측의 한 학생이 “사담 후세인이 ‘9·11 테러’의 주범인 오사마 빈 라덴을 숨겨주었다”고 주장했다가 반대측으로부터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라”는 반격을 받고 당황하기도 했다.

토론은 사회적인 합의를 이끌어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아가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서로간에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토론 문화가 정착돼 있지 못하다.

토론 문화가 부족한 것은 그동안 학교에서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을 실시해 온 데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제7차 교육과정이 도입되면서 초등학교에서부터 토론식 교육이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 새 교육과정은 학생 수준에 맞는 개별화 수업과 스스로 문제를 찾아내 해결하는 학습 능력을 강조하고 있다.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물어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토론 교육은 달라진 교육 방식에 가장 적합하다는 것.

▽왜 필요한가=현재 초등학교 국어 과목에는 ‘자신의 의견을 똑똑히 말하기’ ‘주장에 맞는 근거를 찾아 이야기하기’ 등의 토론 관련 단원이 있다.

읽고 쓰기를 강조하던 국어 교육이 또래간의 대화를 통해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고 해답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변하고 있어 바람직하다는 평가다.

학생들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토론을 통해 서로 정보와 의견을 나누면서 창의적인 사고력을 키우게 된다.

토론 학습은 아집과 독단에서 벗어나 또래 집단이 지니고 있는 자극과 반응을 극대화해 학습의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사회성을 높여주고 듣고 말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도 효과적이다. 또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 민주주의적인 시민 정신도 기를 수 있다.

▽가정 지도가 중요=초등학생의 경우 주제를 주고 토론을 유도하면 의견이 다양하지 못하고 논리가 부족해 토론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많아 교사나 학부모의 적절한 지도가 필요하다.

자신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려면 적어도 초등학교 4학년 이상은 돼야 하지만 어려서부터 부모가 자연스럽게 토론의 기본 소양을 길러주는 것이 좋다. 아이에게 답을 가르쳐주기보다는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격려하면서 유도하는 것이 학부모가 가져야 할 대화의 자세다.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지만 아이의 나이와 수준을 고려해 너무 어려운 주제는 피하는 것이 좋다.

▽규칙과 예절=토론을 하다가 상대를 설득하기 어려우면 화를 내거나 언쟁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진행자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토론을 진행하는 교사나 학생 대표는 양편에 공정한 발언 기회와 시간을 줘야 한다. 토론자는 준비된 자료, 메모지 및 필기도구를 지참해야 한다. 토론자는 청중을 향해 바른 자세로 준비된 자료만을 가지고 말해야 한다. 토론자가 승패에 집착한 나머지 증거를 왜곡하거나 날조하는 것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

서울 일원초등학교 유장순 교사는 “처음에는 학생들이 차분하게 남을 설득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지만 어느 정도 수업이 진행되면 어른들보다 훨씬 논리적인 능력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교사 연구도 활발=서울시내 초등교사를 중심으로 2000년 창립된 서울초등토론교육연구회는 매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이용해 교사들을 대상으로 토론교육 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현재 130여명의 교사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서울 강남교육청은 2000년부터 ‘초등학생 찬반 토론대회’를 실시하고 있다. 현재 강남교육청 관내 50개교가 참가하고 있으며 지구별로 예선 대회를 통과한 10개교가 결선 대회를 치른다.

교육청 차원의 대회뿐만 아니라 학교별로도 일정한 주제를 놓고 토론을 벌여 결론을 도출하는 토론 대회도 자주 열리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최재광(崔載光) 초등장학사는 “대회에 참가하는 학생들의 발표력과 논리적 사고력, 정보수집 분석력이 해마다 놀라울 정도로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초등생 토론 관련 사이트
단체홈페이지 내용
한어린이철학교육연구소www.iphilos.com 토론 및 사고력 훈련 교육
초등교사 토론공부방eitoron.new21.net 교사 대상 토론 수업 방법
한우리홈독서클럽hanuribook.or.kr/han1/menu4-1.asp 독서 토의 중심
글사임당www.glsaimdang.com 독서 및 토론 학습
한솔교육주니어플라톤www.eduhansol.co.kr 미국학교 토론 방식 도입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