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장관들 '손발 척척'

  • 입력 2003년 3월 26일 18시 44분



참여정부 첫 내각의 여성 각료들이 성인지적(性認知的) 정책 개발에 적극 나서는 데다 손발이 척척 맞는 행보를 보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여성 장관들의 이런 행보는 강금실(康錦實)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먼저 나왔다. 강 장관은 취임 다음날인 2월 28일 “법무부는 ‘소수자집단’의 인권 향상에도 적극 힘써야 한다”며 “이를 위해 우선 호주제 폐지에 적극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호주제 폐지의 당위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 왔으나 민법과 호적법 등 관련 법안 개정이 법무부 등 다른 부처의 일이라 가슴앓이를 해왔던 여성부가 쌍수를 들고 환영한 것은 당연한 일.

지은희(池銀姬) 여성부 장관은 “이른 시일 안에 호주제 폐지를 추진하고 현재의 호적을 대체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맞장구쳤다.

25일에는 김화중(金花中)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무회의에서 “복지부가 맡고 있는 출산 및 보육업무를 여성부로 넘기겠다”고 제안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이로써 여성부 출범 당시부터 최대의 숙원사업이던 출산 및 보육업무의 이관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지 장관은 “평소 4명의 여성 장관이 친분이 있었을 뿐더러 여성문제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기 때문에 부처 이기주의를 벗어나 업무 협조를 할 수 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여성 장관들 간에 협력을 강화해 여성적 관점의 정책을 관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여성부의 한 직원은 “복지부로부터 먼저 제의를 받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틀에 얽매이지 않고 개혁적이라는 점에서 (김 장관을) 다시 보게 됐다”고 말했다.

한명숙(韓明淑) 환경부 장관은 여성부 장관을 지낸 이력에 걸맞게 여성을 고려하는 조직문화 개편에 적극 나서고 있다.

환경부는 26일 근무환경 혁신과제 34개를 제시하면서 첫 번째 과제로 ‘사무직 여직원의 역할 제고’를 내걸었다.

한 장관은 여직원이 커피 심부름 등을 하게 되는 이유가 고유 업무가 없기 때문이라고 보고 여직원에게 ‘일반서무’ ‘단순예산 집행업무’ 등의 고유 업무를 부여하고 능력이 탁월할 경우 특별승진, 성과상여금 지급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여성 각료들의 이런 행보는 여성계의 강력한 뒷받침을 받고 있다. 국내 양대 여성단체인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20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팔레스호텔에서 4명의 여성 장관에 대한 공동 축하연을 열고 이들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다짐하기도 했다.

정성희기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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