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법대 이상윤(李相潤·46) 교수. 그는 노동법 분야에서 손꼽히는 법학자로 노사정위원회 상무위원을 맡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중국 고대 토기와 유물을 1만여 점이나 소장한 중국 고대사 전문가다.
2년 전 세계도자기엑스포가 경기도에서 열렸을 때 함께 열렸던 ‘중국 고대 토기전’에 전시된 70여점의 중국 토기는 모두 그의 소장품이었다. 이 전시작품들은 신석기, 청동기, 상왕조, 춘추전국, 한나라시대까지 아우르는 것이었다.
“집이나 연구실도 한계가 있어 경기도와 충청도 일대 5개 창고에 분산해 놓았습니다. 전시 작품들은 그중에서도 엑스포가 열린 경기 이천시에서 가장 가까운 창고 한 곳을 정리해서 뽑은 소장품들이었죠.”
그는 이 소장품들의 대부분을 국내가 아니라 중국에서 직접 수집해 왔다. 지금도 그는 두 달에 한 번꼴로 베이징(北京)으로 날아가 중국 전역에서 발굴되는 고대 유물들을 수집한다. “초기에는 헐값에 많이 샀죠. 골동품을 보는 눈이 낮아 개당 얼마씩 팔거나 심지어 무게를 달아서 팔기까지 했으니까요. 하지만 중국 당국의 감시가 강화되면서 2년 전부터는 2급 유물 이상으로 판정되면 해외 반출 허가가 떨어지질 않습니다. 가격도 5년 전에 비하면 수십 배나 올랐고요.”
물론 싸게는 몇 만원에 구입한 물건도 있지만 수백만원이 넘는 돈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토기의 무늬, 빛깔, 토질만 보고도 진위는 물론 어느 시대 어느 지역의 유물인지를 판단할 안목을 키우기 위해 지불한 수업료도 상당했다. 교수 월급으로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웠을 재원(財源)에 대해 그는 “토지전산화가 이뤄지면서 증조할아버지가 남겨둔 땅을 새로 많이 찾게 됐다”는 말로 설명을 대신했다.
그러나 그가 이처럼 방대한 중국 고대 토기를 수집하는 이유는 재테크와는 거리가 멀다.
“제가 수집하는 토기는 주로 만주 요동 요서 산둥지방에서 출토된 것들입니다. 저는 그 땅들이 고대 한민족의 무대였다고 믿기 때문에 중국 유물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유물을 모은다고 생각해요. 우리 사학자들이 언젠가 이를 밝혀 주리라는 믿음으로 자료를 모을 뿐입니다.”
그는 대학에서 지난 학기부터 ‘우리나라와 중국의 고대 유물과 박물관’이라는 교양과목 강의까지 맡고 있다. 그는 토기를 모으다가 불교도가 아니면서 중국 불상에도 심취해 300여 점을 모았고 고대 중국청자로 수집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깊은 밤에도 새로 수집한 토기나 불상을 만지고 닦고 있노라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어요. 이건 자식들에게도 물려줄 수 없는 병이지요.” 이 교수는 언젠가는 자신의 소장품들을 박물관에 기증할 계획이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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