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는 “음악과 악기를 통해 장애인들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주고 손놀림 발달이나 집중력 및 언어능력 향상을 도와주는 것이 음악 치료”라며 “음악 교육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복지관 3층에 자리한 20평 남짓한 음악치료실은 피아노 키보드 기타 드럼 실로폰 톤차임 등 각종 악기 70여가지가 마련돼 있다.
최씨는 올해 1월 문을 연 이곳에서 만 3세부터 15세까지의 정신지체, 자폐증, 뇌성마비 등 발달장애 아동과 청소년 25명을 치료한다. 장애가 심할 경우 개인치료를 하고 덜한 경우는 장애 분야별로 3명씩 모아 그룹지도를 한다. 개인지도와 그룹지도를 병행하는 경우도 있다.
4일 오전 엄마와 함께 이곳을 찾은 상희양(가명·6·여)은 희귀병인 레트증후군(손놀림 조절능력 상실을 가져오는 퇴행성 질환) 환자. 최씨는 상희양 앞에서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불러주며 상희양의 시선을 끌었다. 그 전까지 심하게 좌우로 흔들리던 상희양의 손놀림이 조금씩 안정돼 가며 최씨를 쳐다보거나 기타를 만지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상희양 어머니는 “음악 치료를 받으면서 상희가 집중력이 생겨났고 손놀림도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경재군(가명·15)은 길을 가다 들려오는 음악소리에 발작증세를 보일 정도로 음악에 대해 심한 거부 반응을 보였으나 이 곳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상당히 호전됐다.
최씨는 “지속적으로 음악을 들려줬더니 이제 즉흥연주를 하면서 멜로디를 만들어낼 정도로 음악과 친숙해졌다”며 “성격도 밝아지고 자신감도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씨가 음악치료사가 된 것은 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던 대학 3학년 때 국내에 막 소개되기 시작한 음악치료학 분야의 책을 읽은 게 계기가 됐다. 음악으로 연주나 레슨 말고도 어렵게 살아가는 장애인들을 도와줄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다는 것.
최씨는 “책을 읽은 뒤 우연한 기회에 정신병원에서 음악치료 봉사를 하게 됐는데 보행이 어려운 장애인들이 음악에 맞춰 걷고 춤을 추는 것을 보면서 진정한 음악의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후 지난해 8월 숙명여대 음악치료대학원을 졸업하면서 음악치료사 자격증을 받았다.
현재 이 곳엔 치료를 받기 위한 대기 장애인이 30여명에 이르지만 1년 과정이기 때문에 결원이 생기지 않을 경우 내년에나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최씨는 “경기도내 장애인 복지관 중에는 이 곳이 유일한 음악치료실”이라며 “많은 음악치료실이 생겨나 장애아동들이 마음껏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군포=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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