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종금 당시 상황]99년 예금인출사태로 경영압박

  • 입력 2003년 4월 7일 18시 53분


나라종금 대주주였던 김호준(金浩準) 전 보성그룹 회장측이 ‘로비자금’으로 보이는 돈을 뿌렸을 당시의 나라종금이 처한 상황과 로비 범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물론 김 전 회장측은 평소의 친분 때문에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측근 인사인 안희정(安熙正)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과 염동연(廉東淵) 민주당 인사위원에게 돈을 건넸다고 주장하고 있다.

먼저 나라종금은 안 부소장에게 2억원을 전달하기 두 달 전인 99년 4월 예금인출 사태를 맞아 급박한 상황이었다는 게 관련업계의 설명이다.

당시 예금인출 사태는 대한종금의 영업정지로 비롯됐다. 나라종금은 이 사태를 모면하기 위해 대우증권으로부터 2000억원 규모의 콜자금(금융기관간 단기자금)을 지원받았다.

염 위원에게 5000만원이 전달되었던 99년 8월에는 대우그룹마저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부도위기를 맞았다. 당시는 염 위원이 보석으로 풀려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때이며 나라종금이 2차 예금인출 위기를 맞았던 시점이었다.

염 위원에게 돈이 전달된 지 두 달이 지난 같은 해 10월에는 김 전 회장의 동생 효근씨가 상무로 근무하던 보성계열사 ‘닉스’가 코스닥 등록을 시도하다가 실패하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의 변호인에 따르면 효근씨는 안 부소장에게 2억원을 보낸 인물이다.

이 같은 정황은 보성그룹과 나라종금의 로비 가능성과 범위를 추정할 근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안씨와 염씨의 위치로 미뤄 볼 때 이들이 로비의 직접 대상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수사경험이 많은 법조계 인사들은 말한다.

당시 안 부소장은 노 대통령이 설립한 지방자치실무연구소 사무국장으로 일하며 생수판매 사업을 벌이고 있었다. 안 부소장은 “노 대통령이 빚보증을 서는 등 관여한 적이 있었으나 97년 11월 이후에는 완전히 손을 뗐다”고 해명했다.

안 부소장에게 돈이 전달된 99년 6월은 노 대통령이 서울 종로 보궐선거로 국회의원이 된 이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시점이며 염 위원도 동교동계 인사로 분류돼 여권 실세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위치였다는 게 한나라당측의 주장이다.

결국 검찰은 두 사람이 받은 돈의 사용처와 성격 등을 규명해야 전달된 돈의 대가성 여부를 가려낼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검찰은 김 전 회장이 관리한 비자금 230억원에 대한 추적을 통해 한나라당이 의혹을 제기한 H, P의원의 금품수수 여부도 다시 조사를 할 예정이어서 수사결과에 따라서는 로비의 범위가 다른 실세 정치인들에게로 비화돼 큰 파문이 일 수도 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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