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민영환선생 동상 또 옮기나

  • 입력 2003년 4월 9일 18시 06분


서울 종로구 와룡동 창덕궁 앞에 서있는 민영환 선생 동상. 3월1일 종로구 견지동 우정총국 시민광장 부지로 옮겼으나 후손들은 인근 세종로 광화문 열린 마당으로 이전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서울 종로구 와룡동 창덕궁 앞에 서있는 민영환 선생 동상. 3월1일 종로구 견지동 우정총국 시민광장 부지로 옮겼으나 후손들은 인근 세종로 광화문 열린 마당으로 이전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위치가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3월1일 서울 종로구 와룡동 창덕궁 돈화문 앞에서 종로구 견지동 우정총국 시민광장 부지로 옮긴 충정공 민영환(閔泳煥·1861∼1905)의 동상.

민영환 선생의 후손인 여흥 민씨 종친회가 최근 종로구청에 이 동상을 인근 세종로의 광화문 열린 마당으로 옮겨 달라고 요구했다.

종친회측은 “동상이 위치하게 될 시민광장(200여평)이 비좁은 데다 가운데에 분수대가 들어서 동상이 광장 구석의 외진 곳에 위치할 수밖에 없다”면서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친 분인데 구석진 곳에 설치하는 것이 안타까워 이전을 건의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종로구는 “광장 부지가 협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현실적으로 대안이 없다”며 이전에 난색을 표명했다.

그러나 종로구는 “장기적으로 주변의 사유지를 일부 매입해 공원을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광화문 열린 마당은 서울시 소유이기 때문에 서울시가 이 건의를 받아들인다면 이전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시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관련 회의를 열어 논의해 보겠지만 광화문 열린 마당은 조선시대 육조(六曹)거리의 의미를 담고 있는 곳이어서 민영환 선생 동상이 들어설 자리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동상은 을사조약(1905) 당시 스스로 목숨을 끊어 망국의 한을 달랬던 민영환 선생의 충절을 기리기 위해 1957년 안국동로터리에 설치됐고 70년대 초 창덕궁 앞으로 옮겨졌다. 이후 창덕궁 앞 토지 소유주인 문화재청이 이전을 요구한 데다 왕궁 앞에 신하의 동상이 서있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라 올 3월 민영환 선생 생가터 옆인 우정총국 시민광장 부지로 이전됐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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