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와 함께 골프치지 마라” 김동건 서울지법원장 지시

  • 입력 2003년 4월 9일 18시 41분


김동건(金東建·사법시험 11회·사진) 서울지방법원장이 소속 판사 전원에게 변호사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지 말도록 강력히 지시한 사실이 법조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과거 민사지법과 형사지법이 통합한 서울지법은 5개 지원까지 포함해 모두 299명의 판사가 근무하고 있는 전국 법원의 중심이어서 김 원장의 지시는 다른 법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 원장은 취임 직후인 2월25일 부장판사 62명과 함께 가진 연찬회에서 이런 내용의 법관 윤리강령을 처음으로 강조한 데 이어 이달 7일까지 1주일 간격으로 계속된 단독판사 예비판사 배석판사 등 모두 240여명의 본원판사들과 가진 릴레이 연찬회에서도 이런 방침을 줄곧 전달했다.

그는 판사들에게 “법관은 변호사나 일반인에 비해 친교관계에서 덜 자유로울 수밖에 없다”고 전제한 뒤 “법관들이 골프 운동을 할 수 있으나 그 상대가 법정에서 대하는 변호사이거나 소송 당사자여서는 곤란하다”며 사실상 골프 금지령을 내렸다.

김 원장은 또 “변호사와 이미 친교관계가 있더라도 만약 법관과 맺은 관계를 이용해 ‘영향력을 파는 사람’이 있다면 법관은 즉시 그 행위를 중지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며 법관이 지켜야 할 윤리와 자세에 관해 역설했다.

이런 방침이 알려지자 지금껏 판사들과의 골프모임을 ‘장외변론’의 창구로 활용해 온 일부 변호사들은 적지 않게 당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서울지법의 한 판사는 “모든 시시비비는 법정에서만 가려져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됐다”며 김 원장의 골프 금지령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원장은 9일 “후배 판사들이 자신을 더욱 엄격하게 채찍질해 변화하는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법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의견을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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