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공비 월1000만원? 유인태수석 고위공무원 판공비 발언 파문

  • 입력 2003년 4월 9일 18시 41분


《고위 공무원들의 판공비가 월 1000만원대에 이른다는 유인태(柳寅泰)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의 발언과 관련해 9일 일반 시민들과 시민단체들은 판공비 규모에 놀라움을 표시하면서 판공비 사용 내용을 상세히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반면 공무원들은 공무원의 판공비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은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크게 반발하는 분위기였다.》

▽시민 반응〓회사원 박모씨(35·서울 구로구 개봉동)는 “박봉이라고 하소연하던 공무원들이 그렇게 많은 판공비를 써 온 것에 대해 정말 놀랐다”며 “판공비 규모와 사용 내용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투명사회국 이재명(李在明) 팀장도 “공무원의 판공비를 공개해야 한다는 유 수석의 발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판공비 공개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단순한 총액 공개가 아닌 구체적인 지출 내용을 담은 지출증빙서류까지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 정책실 김용철(金容撤) 부장은 “그간 공무원들의 판공비 사용 관련 문제는 언론과 시민단체 등에 의해 무수히 지적돼 왔다”며 “유 수석이 이런 문제를 설득력 있게 얘기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판공비 규모 등) 일부 사실을 잘못 언급해 문제의 소지를 만들긴 했지만 그의 발언 취지와 의도는 타당하다”고 말했다.

반면 바른 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최병일(崔炳鎰) 사무총장은 “판공비의 무분별한 사용을 지적한 것은 옳긴 하지만 (판공비 규모 등) 잘못된 사실을 이야기해 공무원들의 사기를 꺾은 것은 개혁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공무원 반발〓공무원 사회에서는 이날 출근하자마자 유 수석의 발언이 화제가 됐다. 공무원들은 일제히 “공무원의 판공비 개념이나 규모 등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공무원들을 모두 도둑놈으로 취급했다”며 흥분하는 모습이었다.

행정자치부 간부 A씨는 “아침에 신문에 난 유 수석의 발언을 보고 ‘친지와 가족들이 앞으로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착잡했다”고 말했다.

다른 간부 B씨는 “유 수석이 말한 액수의 반만이라도 판공비로 받았다면 억울하지 않을 것”이라며 “유 수석은 누구한테 그런 말을 들었는지 밝혀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간부 C씨는 “잘못된 언론 보도에 대해 적극적으로 정정하라는 청와대의 지침에 따라 유 수석의 발언에 대해 각 부처의 실 국장들이 공동으로 청와대에 정정 신청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비아냥댔다.

교육부 간부 D씨는 “일부 그런 사례도 있을 수 있지만 전체 공무원으로 일반화해서 말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냐”고 말했다.

또 “기금운용위원회가 회의록도 남기지 않는다”는 유 수석의 발언에 대해서도 공무원들은 “기금운용위원회뿐만 아니라 정부 산하 모든 위원회가 회의록은 반드시 남기고 있다”고 반박했다.

▽실제는?〓각 부처의 실 국장들에게 판공비 명목으로 지출되는 예산은 없고 국 단위로 업무추진비 중 지출 용도가 정해지지 않은 일반업무비가 판공비와 같은 개념으로 회식비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기획예산처에서 매년 각 부처의 국 단위로 1년치를 책정해주는 업무추진비는 같은 부처라도 국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이 중 일반업무비의 경우 국별로 매달 50만∼200만원을 사용하고 있다.

또 실 국장뿐만 아니라 과장과 직원들도 공동으로 사용하며 개인용도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반드시 신용카드로 지출하고 영수증을 제출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국제적 대외 업무 등을 다루는 극소수의 부처 실 국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실 국장들이 한 달에 사용할 수 있는 일반업무비는 200만원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현두기자 ruchi@donga.com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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