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해발 350m 팔조령 고개. 가파른 팔조령을 오르는 차량 중에는 터널진입이 금지된 것을 모르고 터널 입구에서 멈칫거리는 경우도 많았다.
경사가 45도 가량이나 되는 고갯길을 사료를 잔뜩 실은 대형 화물차가 시속 20㎞정도 저속으로 운행하자 차량 꼬리가 길게 이어졌다. 구불구불한 편도 1차 도로에다 옆은 낭떠러지인데도 승용차 운전자들은 화물차를 추월하는 곡예운전을 했다.
앞지르기가 위험하기 짝이 없는 90도 급커브 구간에서 앞지르기를 하는 승용차들도 있었다. 맞은 편에서 올라오던 차량들이 놀라 상향등을 비추는 등 아찔한 순간들이 팔조령 옛길 6.6㎞ 전구간에서 이어졌다.
터널공사를 하는지 몰랐다는 승용차 운전자 최상원씨(45·대구시 수성구 지산동)는 “경사가 심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운전해야 하는데 추월과 과속이 많아 조마조마하다”며 “터널공사 기간에는 이 구간에 대해 경찰이 안전운행을 지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통표지판 등 안전시설도 상당히 부족하다. 급경사 급커브 구간에도 가로 세로 30㎝ 정도 크기의 ‘위험’이라는 표지판이 서있는게 고작이다. 게다가 위험표지판 옆에는 ‘00온천’을 알리는 엉뚱한 표지판이 나란히 서있어 운전자들의 시선을 훔치고 있다.
98년 10월 개통된 팔조령 터널은 개통된지 3년만에 터널 전구간에서 심한 균열이 발생하는 등 부실공사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터널 내부 벽과 천장, 바닥 등에 0.1∼0.2㎜의 미세한 균열이 생기면서 2001년 9월에도 10일동안 보수공사를 하기도 했다.
경북도는 팔조령 터널에 대한 정밀진단결과 터널 안 보수공사가 필요해 13일까지 차량통행을 전면금지시키고 있다. 경북도는 팔조령 옛길을 우회하는 차량의 안전을 위해 안전요원을 배치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터널 입구에서 차량진입을 막던 안전요원은 운전자들이 공사기간을 묻자 “모르겠다”고 답할 정도로 안전은 뒷전이었다. 운전자들은 “팔조령 터널은 불안한 상태라 언제 통행이 막힐지 모르기 때문에 우회도로에 대한 안전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도=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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