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체능 과외 실태=교육부가 예체능 평가방식을 고치려는 것은 현재 사교육비에서 예체능 과외의 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2000년 현재 우리나라의 사교육비 규모는 7조1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4% 수준. 초등학생에게 지출하는 비용이 전체의 52%(3조7000억원)이고 이 중 예체능 교육비가 41%(1조5000억원)에 달한다.
고액 예체능 과외는 서울 강남 등 부유층 거주 지역을 중심으로 내신성적을 높이기 위해 성행하고 있다. 과학고나 외국어고 입시에서는 내신 비중이 절대적이어서 공부는 잘하지만 예체능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들이 더 많이 이용한다.
학교 진도에 따라 축구 페널티킥, 농구 슛, 배구 토스, 데생 수채화 유화, 피아노 바이올린 노래부르기 등 세부 과목까지 과외가 이뤄지고 있다.
▽학부모와 학교 반응=고1, 중2 자녀를 둔 학부모 강소영씨(40)는 “아이가 공부는 웬만큼 하는데 예체능 성적이 떨어져 속상한 적이 많았다”며 “교양 차원에서 예체능에 흥미를 가질 수 있는 평가방식으로 바꾸는 것은 대찬성”이라고 말했다.
학부모 박모씨(44)도 “학교에서 실제 예체능 수업은 대충 하면서 실기평가를 한다니 좋은 평가를 위해선 과외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 대청중 한만희(韓萬熙) 교장은 “전인교육이나 체험학습을 강조하는 교육당국의 정책과 거리가 있다”며 “일부 계층의 고액 예체능 과외만을 염두에 두고 정책을 추진할 경우 예체능 교육이 사장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삼각산중 전용각 교사(43·미술)는 “지금도 학생들이 국영수 등 입시에 필요한 도구과목 위주로 공부한다”며 “예체능 과목을 형식적으로 평가하면 아예 등한시하는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학원 “한파 오나” 긴장=한국학원총연합회 관계자는 “예체능 학원 수강생은 대입 준비생이나 유아, 초등학생이 대부분인데 사교육의 주범으로 모는 것은 문제”라며 “예체능 평가방식을 바꿔도 국영수 과외에 더 투자하는 등 절대 사교육비는 줄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M미술학원 민성기 원장(39)은 “경기가 나빠 학부모들이 예체능 과외를 줄이는 추세이고 학원 임대료는 올라 문을 닫는 예체능 학원이 속출하고 있다”며 “앞으로 학원 뿐만 아니라 아르바이트 과외도 타격을 받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전문가 의견=중앙국악협회 박범훈(朴範勳·중앙대 부총장) 이사장은 “적성에 상관없이 모든 학생이 예체능을 배우고 등급을 매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그러나 교양교육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기본적인 예체능 교육만 하고 소질이 있는 학생은 전문교육을 받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초강남교육시민모임 김정명신 공동대표는 “예체능 과목 교사가 모두 평가하지 말고 교사 70%, 동료 학생 30% 등으로 평가방식을 개선해 성적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방법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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