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인 뱃속에 삼켜 들여오던 페루人 포장 터져 사망

  • 입력 2003년 4월 10일 22시 12분


위 속에 마약을 숨긴 채 비행기를 탔던 외국인이 기내에서 발작을 일으켜 사망했다. 이 때문에 한때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감염으로 인한 게 아닌가 해 소동이 일기도 했다.

인천 중부경찰서는 9일 오후 1시48분경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떠나 인천공항으로 오던 대한항공 KE018편 기내에서 페루인 콜라주 휴고(35)가 구토와 발작증세를 일으킨 뒤 숨져 사인 조사를 위해 부검하던 중 위 속에서 다량의 코카인을 발견했다고 10일 밝혔다.

코카인은 길이 1.5∼4㎝, 두께 1.5㎝ 크기의 뭉치 115개(900g)가 각각 콘돔과 비닐랩으로 2중 포장돼 있었다.

경찰은 “발견된 코카인은 3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라며 “코카인 뭉치 가운데 3개가 위산에 녹아 터지는 바람에 급성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한 승무원은 “처음엔 휴고씨가 승무원들과 농담을 주고받는 등 별다른 이상을 보이지 않다가 갑자기 어지럽고 목이 마르다고 호소하면서 화장실을 자주 찾는 등 이상 행동을 보였다”며 “혹시 사스 때문에 숨진 게 아닌가 해 잔뜩 긴장했다”고 말했다.당시 이 비행기에 탔던 서울 H병원 의사 우모씨(31) 등이 인공호흡을 실시하기도 했으나 휴고씨는 심한 발작 증세를 보이다 숨졌다.

경찰은 휴고씨의 목적지가 홍콩인 점으로 미뤄 국제 마약조직과 연계해 마약을 홍콩으로 밀반입하려 한 것으로 보고 인터폴 등과 공조수사를 벌이기로 했다.

경찰은 현재 인하대병원에 안치된 휴고씨의 시신을 다음 주 중 주한 페루대사관을 통해 유족에게 인도할 예정이다.

인천=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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