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사과값 폭락…경북 농가 울상

  • 입력 2003년 4월 13일 22시 44분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량 감소 등으로 올 들어 사과 가격이 지난해보다 최고 50%까지 폭락해 사과 주산지인 경북지역 재배농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13일 경북능금조합에 따르면 최근 사과 가격은 15㎏짜리 특상품 4만∼5만원, 상품 2만∼2만7000원, 중품 1만∼1만5000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특상품 6만∼7만원, 상품 3만5000∼4만원, 중품 2만∼2만5000원 선인 것과 비교해 29∼50% 정도 하락한 것이다.

사과 값이 크게 하락한 것은 수확기인 지난해 가을 잦은 비의 영향으로 상품성이 낮은 물량이 늘어난 데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올 봄부터 소비량이 격감하고 수입 오렌지 등 대체과일 공급량은 증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사과 값이 폭락하자 경북도 내 저온창고에는 지난해 생산량 중 상당수가 출하되지 못한 채 쌓여 있는 실정이다.

경북능금조합 관계자는 “회원 농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과 재고량은 2만t 정도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만t보다 배 정도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의성과 안동 청송 등 사과 주산지 재배농들은 지난해 금융기관에서 대출한 영농자금을 갚지 못하고 자녀 학자금 마련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안동 길안농협 관계자는 “사과값이 폭락하면서 농약대와 영농자금 등의 회수율이 전년도에 비해 30% 정도 하락했다”며 “농민들을 돕기 위해 사과의 판로 개척을 위한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사과 재배농 박도경씨(58·의성군 점곡면 사촌리)는 “지난해 가을비가 자주 내린 탓에 맛이 없고 색깔도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 중하품 물량이 종전보다 크게 늘어났다”며 “이번 사과 값 폭락은 자연재해적인 측면도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북지역에서는 사과 재배농 2만7800여가구가 지난해 전국 사과 생산량 43만3100t의 63.5%에 해당하는 27만4900t을 생산했다.

대구=최성진기자 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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