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총련, 속부터 바뀌어야 한다

  • 입력 2003년 4월 14일 18시 33분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새 의장으로 당선된 정재욱씨가 이 단체의 발전적 해체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일이다. 1998년 대법원에 의해 반국가단체로 규정돼온 한총련이 이제는 시대변화와 사회적 요구에 맞춰 학생운동도 민주적 합리적으로 개혁해 나가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는 이 난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달 언급한 대로 한총련 합법화와 관련 수배자 해제문제를 검토하기 위해서는 한총련의 이적단체 강령 포기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가보안법이 현존하는 상황에서는 한총련이 먼저 변해야만 검찰과 사법부의 법률적 판단도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 대항세력으로서의 학생운동이 전대협 한총련으로 이어지면서 민주화를 향한 일정한 역할을 해왔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총련은 대한민국을 ‘미제국주의의 식민지’로 규정하는 이적성 강령과 화염병을 동원한 폭력시위 등으로 인해 지도부의 구속 수배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적지 않은 국민들의 비판을 받아 왔다.

이제 한총련이 각계 인사들과의 토론을 통해 만들겠다고 밝힌 신강령 신규약은 자유민주주의의 법질서 안에서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학생운동의 길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 한총련이 약속한 민주적 운영강화, 평화적 집회방식 지향 등의 열 가지 항목도 대학생다운 신의로 지켜 나가리라고 믿고 싶다.

이처럼 한총련이 북한의 인민민주주의 혁명 노선에 동조하는 주의주장을 버리고 건전한 학생운동의 틀 안으로 들어온다면, 그동안 수배 수감생활 등을 통해 고통을 겪은 학생들에게 폭넓게 법적 관용을 베푸는 것도 가능하리라고 본다.

한총련 스스로 건전한 학생운동 단체로 거듭 태어남으로써 어두웠던 한 시대를 마감하고 세대간 이념간의 갈등을 벗어나 화해와 협력, 공존의 젊은 시대를 열어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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