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총련 '발전적 해체' 가능할까

  • 입력 2003년 4월 15일 17시 05분


새로 구성된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의장단이 '한총련의 발전적 해체'를 언급함으로써 학생운동의 판도 변화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총련 지도부는 이적단체 '낙인'이 찍힌 한총련 간판을 내리고 학생운동의 양대축인 민중민주(PD)계열 운동권까지 포괄하는 새로운 조직을 건설하는데 낙관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한총련이 새로운 조직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거쳐야할 절차가 복잡하고 발전적 해체라는 '급진적 변화'에 반대하는 내부의 의견도 만만치 않아 학생운동 세력간 갈등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낙관하는 지도부=현 한총련 지도부는 한총련 노선 변화를 자신하고 있다. 현 지도부는 의장 선거에서 그 동안 주류였던 '자주'계열 후보를 물리친 것은 대의원들이 자신들의 주장에 손을 들어 준 것으로 해석한다.

한총련 핵심 요직인 대변인과 학원자주화추진위원장, 조국통일위원장에 모두 혁신계가 선출돼 한총련 운영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게 된 것도 현 지도부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한총련 언론담당 한송화씨는 "대의원대회에서 큰 방향에서는 합의를 했고 다른 학생 진영도 긍정적으로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화의 기류=그동안 한총련 내에서 '강성'으로 분류됐던 대학들도 표면적으로는 온건파의 목소리에 동의하는 분위기이다. 학생운동에 대한 학생들의 무관심이 커지는데다 강경일변도로서는 시대적 조류에도 맞지 않는다는 분석에서다.

'자주 계열'인 서울산업대 홍기웅 부총학생회장(23·토목공4)은 "정치적인 행사에 한총련이 지나치게 관여하는 것에 대해 학생들이 거부감을 드러내는 것이 요즘의 추세"라며 "궁극적으로는 한총련의 활동이 학내복지문제 등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쪽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한총련 수배자모임의 유영업씨(23·목포대 영문과4)는 "지난해부터 학생운동의 나아갈 길에 대해 다양한 논의를 진행했으며, 여러 가지 변신을 모색했다"며 "이런 열린 자세를 법무부나 검찰이 긍정적으로 봐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총련 홈페이지 내 자유게시판에서도 최근 강경과 온건, 중도개혁파가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으며 이 가운데 중도개혁파와 온건파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온건노선을 지지하는 이들은 "미군철수, 전쟁반대, 통일운동을 벌이는 게 한국대학생을 대표하는 단체의 주요활동인가요", "반대파를 무수히 숙청하고 양민들을 볼모로 삼는 김일성 부자 정권에 대해서는 왜 아무 말 하지 않는가" 등과 같은 글을 올리며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넘어야할 장애물=한총련 의장단은 새로운 조직 설립을 위한 연구소위원회를 구성해 초안을 만든 뒤 이를 중앙상임위원회와 중앙위원회 논의를 거쳐 대의원 대회에서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각 지역 의장과 한총련 중앙간부 등 13명으로 구성되는 중앙상임위는 자주계열이 많아 통과가 어렵지 않지만, 각 대학 총학생회장이 참석하는 중앙위원회는 양상이 다르다.

한총련 중앙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60여명의 총학생회장 성향에 대해 혁신쪽은 반반이라고 분류하는데 비해 경찰과 자주계열은 자주 43, 혁신 10, 나머지를 중도 혹은 기타로 분류하고 있다. 중앙상임위에서 넘어온 안이 중앙위원회에서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또 결선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13표 차이로 승패가 갈린 의장 선거에서도 드러났듯이 대의원 숫자도 양 진영이 비슷하기 때문에 개정안이 통과될 지도 미지수다. 경찰 관계자는"의장 선거 전 백중 열세로 분류됐던 정재욱 의장이 당선된 결정적인 원인은 대의원들을 상대로 맨투맨 선거 운동을 펼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재욱군은 선거가 끝난 뒤 탈진으로 병원에 입원해 기자 회견에 참석하지 못했다.

강경파의 다른 목소리=자주 계열은 현 지도부의 방침과는 다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한총련 내부에서 가장 강경한 광주전남지역총학생회연합(남총련) 소속 전남대 정달성 부총학생회장(24·과학교육학부4)은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규정한 것은 당시 정권의 잘못인데 우리가 '해체'를 말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본다"며 "한총련 학생운동을 예전보다 더 자신있게 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견해"라고 말했다.

자주 계열의 핵심으로 대변인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창원대 김선예 총학생회장(25·중국학4)은 "예컨대 '컨닝하지 말자'같은, 새로운 학생운동도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런 의미에서 온건개혁에 대한 큰 줄기는 찬성한다"며 "그러나 '발전적 해체'라는 말에 대해서는 한총련 내부에서 심도있는 논의가 된 적이 없으므로 공감대를 더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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