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택시 운전사는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남대문중학교요? 남대문이 바로 저긴데 그냥 걸어가시죠.”
잠시 후 그는 “아냐, 남대문 근처엔 학교가 없는데. 어, 남대문중학교는 대체 어디 있는 거지”라면서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남대문중학교는 남대문(숭례문) 근처에 있을까. 그리고 동대문(흥인지문)은 동대문구에 있을까. 모두 아니다. 남대문중은 성북구 장위동에, 동대문은 종로구 종로6가에 있다.
동대문구청 관계자의 말.“적잖은 시민들은 동대문 이름이 들어가면 모두 동대문구에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연을 묻는 전화가 많이 걸려옵니다.”
특히 학교에 이런 사례가 많다. 학교를 다른 곳으로 옮기다보니 주소와 이름이 일치하지 않게 된 것이다.
남대문중(1952년 개교)은 남대문로에 있다가 1969년 성북구 장위동으로 옮겼다. 재단인 광운학원이 광운대 근처로 옮기는 게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
혜화여고는 종로구 혜화동이 아니라 강북구 수유동에 있다. 이 학교는 1966년 동대문구 전농동에서 동대문여고로 개교했다. 1973년 혜화동으로 옮길 때 지명을 따서 혜화여고로 바꾸었고 2000년 다시 수유동으로 이전했다.
당시 서울시교육청은 전통을 살린다는 취지로 학교 이름을 그대로 두었다.
마포구 도화동에 있던 마포중고는 1985년 강서구 등촌동으로 옮겼다. 교명을 바꾸자는 주장도 있었으나 전통을 지켜야 한다는 졸업생들의 의견이 우세해 바꾸지 않았다.
강북구 번1동에 있는 수송초등학교는 원래 종로구 수송동에 있었다. 1922년 개교한 이 학교는 1977년 폐교됐다가 2001년 강북구에서 다시 개교했다. 전통을 존중해 이름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원래 위치가 새로운 자치구로 편입되면서 지명과 어긋나게 된 경우도 있다. 구로구 고척동의 영등포구치소가 대표적인 사례. 1969년 구치소가 세워질 때는 영등포구였으나 1980년 구로구가 새로 생기면서 주소가 바뀌었다.
성동구 송파동에서 강동구 송파동으로, 다시 송파구 가락2동으로 주소가 바뀐 성동구치소와 성동구 능동에서 광진구 능동으로 주소가 바뀐 성동소방서도 비슷한 경우다.
편리함만 생각한다면 바뀐 주소에 맞게 이름을 고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옛 이름을 고수하고 있다. 이름엔 역사와 전통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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