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정인식/'기러기 아빠'를 줄이려면

  • 입력 2003년 4월 18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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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식
최근 들어 자녀의 유학을 위해 가족을 외국에 보내고 홀로 한국에 남는 ‘기러기 아빠’가 사회 문제로까지 대두하고 있다. 교육시장을 외국에 개방하는 것과 관련해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동안에도 ‘40대 초반의 두 기러기 아빠가 세상을 떠났다’는 기사가 보도돼 충격을 던져주었다. 한 사람은 육군 중령이고 다른 한 사람은 서울의 모 대학 교수였다. 두 사람 모두 자식을 좋은 여건에서 교육시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

그러나 그들은 가족과의 이별에서 오는 외로움으로 인해 몸과 마음까지 피폐해지면서 결국 죽음에 이르고 말았다. 들리는 얘기에 의하면 아이와 함께 현지에 가 있는 ‘기러기 엄마’들 역시 고달픈 이국생활로 인해 정신적 공허함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일부는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탈선에까지 이르는 사례가 있다고 하니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관련해 필자는 하루빨리 대학교육이나 성인교육 시장을 외국에 개방해 국내에서도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질 높은 교육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학생이나 학부모들의 절실한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정부나 교육관련 단체들이 서로 ‘힘겨루기’만 계속한다면 해외유학이나 고급인재의 해외유출은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

얼마 전 어느 초등학교 교장의 안타까운 죽음 역시 교사와 학교 관리자, 학부모간에 대화와 관용이 없었기 때문에 발생한 비극이었다. 이처럼 지금 우리 교육계는 각자의 이익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기보다 화합을 바탕으로 교육 수요자들에게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말로만 공교육 붕괴를 걱정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정부 당국도 이 점을 고려해 기러기 아빠의 양산을 막을 수 있는 교육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기러기 아빠의 증가로 인한 가정 붕괴가 국가와 사회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정 파괴, 공교육 붕괴를 해결하지 못하는 정치는 결코 생활정치가 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정인식 '정인 갤러리' 대표·부산 금정구 구서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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