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수대가 좀 지저분하지 않아요?”
18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마들근린공원. 4명의 30대 여성이 공원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있다. 무서운 ‘아줌마’들이 떴다. 이들은 노원구의 182(일빨리) 주부기동대의 일원. 주부기동대는 공모를 통해 선발된 24명의 ‘주부 환경순찰 옴부즈맨’으로 3월부터 2인1조로 구내 24개 동을 걸어서 순찰하며 구석구석에서 문제점을 찾아내고 있다.》
지난주에는 어린이날을 앞두고 구내 공원과 체육시설에 대한 집중 점검을 실시했다.
수락산에 있는 체육시설을 돌아본 전명심 권운경씨는 “평일에도 산에서 술판, 화투판을 벌이는 사람들이 있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래도 화장실은 깨끗해요. 예전에는 산에 오면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더러웠잖아요.” 전씨의 평가다.
이들은 수락산 팔각정의 처마가 비를 맞아 썩어가는 것을 발견하고 구에 시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구청에 시정을 요구하면 바로 처리해 준다고 했으니 잘 되나 끝까지 감시해야죠.” 권씨가 매섭게 덧붙인다.
정덕례 권미자씨는 구내 어린이 공원과 약수터 등을 순찰했다. 중계 2동의 어린이교통공원을 점검한 이들은 어린이를 위한 공원인 이곳이 야간에 청소년들의 음주 및 흡연장소로 이용된다는 사실을 주민들로부터 전해 듣고 구에 청소년 지도를 요청했다.
“약수터에 물 마시는 바가지 있죠? 사람들이 그걸 매번 가져가버린대요. 줄로 묶어 놓으면 줄을 끊고 가져간대요. 쯧쯧.” 정덕례씨가 안타까운 듯 혀를 찼다.
각 시설물을 방문해 점검활동을 하다보면 재미있는 일도 많다.
권미자씨는 “시설물 관리자들이 나와 ‘어디에서 나오셨느냐’고 물으면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구청에서 왔습니다’라고 말하는데 속으로 약간 떨려요”라며 웃었다.
또 시설물에 대한 지적사항을 적으면서 ‘혹시 나 때문에 여기 관리자가 잘리면 어떡하지’하는 괜한 걱정도 해 본다.
모두 노원구에서 오래 산 터줏대감이지만 구내를 직접 걸으면서 모니터링 하다보니 모르는 길도 많다. 지도를 들고 다니며 물어물어 찾아가기도 한다.
하루 종일 걷다보면 집에 들어갈 때는 다리가 퉁퉁 부어 있다. 밤에 끙끙 앓으면 남편은 ‘관두라’고 핀잔을 주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애들 낳고 집에만 있으니까 자신감도 없어지고 점점 의기소침해지는 것 같았어요. 구정(區政)에 주는 도움도 중요하지만 이런 활동을 통해 우선 제 자신이 달라지는 것을 느낍니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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