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국무총리는 노동장관 회의를 통해 ‘불법파업 주동자에 대해서는 사법처리와 징계 조치 등으로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천명했으나 이틀 뒤에 나온 철도 노사의 합의는 그 같은 정부 방침과는 거리가 멀었다. 철도 노사는 과거의 불법파업과 관련해 해고된 45명을 복직시키고 가압류 및 손해배상을 철회하기로 합의했다. 결국 철도 노조의 파업을 막기 위한 협상과정에서 그동안 정부가 강조해 왔던 불법 노동행위에 대한 엄정 대응 원칙이 무너진 것이다.
산업현장을 마비시키는 불법파업과 폭력 행사에 대해 상응한 법적 책임을 지운다는 원칙이 현 정부 들어 지속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지난번 두산중공업 파업 때도 노동부 중재로 합의를 이루면서 불법파업에 대한 엄격한 법적용의 원칙이 후퇴하더니 이번에도 그러한 일이 일어났다. 이렇게 무원칙한 법적용은 뒷날 값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다.
철도청은 민영화 대신에 공사화로 후퇴하면서도 합의문에 공사화라는 문구조차 명시하지 못했다. 철도청 노사가 ‘철밥통’ 조직 체계를 유지함으로써 공기업 구조개혁의 고통을 피해갈 수 있겠지만 경쟁력 약화로 인한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된다는 점에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철도청 노사가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공기업 민영화 정책을 뒤집는 합의를 했는데도 어느 부처에서 누구 하나 말하는 사람이 없다. 노사 분규가 노조측의 일방적 승리로 귀결돼 기대 심리를 높여준 결과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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