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9시5분경 홍익대 영문과 명예교수 윤종혁(尹鍾爀·72·사진)씨가 서울 종로구 관철동 삼일빌딩 31층 옥상에서 투신해 그 자리에서 숨졌다.
윤 교수는 이날 아침 “조찬 기도회가 있다”며 셋째 아들(35)에게 삼일빌딩까지 태워달라고 했으며, 집안에 “질환으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 가족들에게 도움이 안 된다”는 내용의 유서(A4지 4장 분량)를 남겼다. 경찰은 이에 따라 윤 교수가 신병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가족들에 따르면 1996년 정년퇴임한 윤 교수는 당뇨, 고혈압, 우울증 등에 시달려왔으며 최근에는 건망증 등 치매 증상까지 나타나 괴로워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숨진 윤 교수의 주머니에서는 부인이 운영하는 병원의 약봉지가 발견됐다.
윤 교수는 57년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 영국 옥스퍼드대 등에서 수학한 뒤 70년부터 홍익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다 96년 퇴임했으며 현재는 명예교수로 있다. 그는 또 국제적인 문학가 단체인 ‘국제 펜클럽 한국본부’ 이사로 재직 중이며 ‘산울림’, ‘나그네의 새벽’ 등의 시집을 냈다.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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