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흉물된 '주인선 공원화'

  • 입력 2003년 4월 22일 23시 30분


《“도심 한복판을 지나는 철도를 걷어내고 공원으로 만들어달라는 주민들의 요구가 수년째 무시되고 있어요. 철도가 도심 흉물로 변했어요.”

운행이 중단된 철도 부지에 공원을 조성하려는 ‘주인근린공원 조성사업’이 예산 부족 때문에 수년째 표류하면서 주민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22일 오전 7시경 인천 남구 숭의동 주인선 (제물포∼남인천역) 철도 부지.

밤새 철도 인근에 버려진 생활쓰레기 더미를 뒤지며 고양이들이 먹을 것을 찾고 있었다. 음식쓰레기를 담은 봉투가 터져 악취가 진동했고 철도 옆을 지나던 행인들은 인상을 찌푸렸다.

주인선은 부평에 있는 미군부대인 에스컴에 보급 물자를 수송하기 위해 건설된 군수 철도. 부평 미군부대의 기능이 축소되면서 80년대 초부터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인천시와 남구는 96년 열차 운행이 중단된 주인선 1.4㎞ 구간(8509평)에 주인근린공원을 만들기로 하고 97년 사업에 착수했다.

인천시 등은 △A·B구간(남인천역∼용현시장) △C·D구간(용현시장∼숭의초교) △E구간(제물포역∼제물포시장) △F구간(제물포역∼제물포시장 잔여 지역) 등 4구역으로 나눠 사업에 들어갔다. 사업비로 117억700만원(보상비 89억9800만원, 시설비 27억7900만원)을 들여 2004년 말까지 끝낼 계획이다.

C·D구간은 98년 5월 광장과 분수, 산책로 등을 갖춘 공원으로 탈바꿈했다. E구간은 올 연말까지 공원이 들어선다. 그러나 가장 긴 A·B구간 700m와 F구간은 예산 부족 때문에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이 곳 주민들은 쓰레기 무단 투기와 밀물 때 생기는 하수 역류 현상 등으로 악취와 해충이 기승을 부리는 바람에 고통이 크다는 것.

주민 1450여명은 지난해 인천시에 공원 조성을 촉구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공원 조성 업무가 2001년 2월 남구에서 인천시 서부공원사업소로 넘어가면서 사업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고 주민들은 주장한다.

정봉기씨(64·남구 숭의2동)는 “시가 공원 조성계획을 수립했으면 주민 편의를 위해 하루 속히 공원을 조성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 서부공원사업소 관계자는 “남인천역∼용현시장 구간에 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올해 실시설계 예산을 올릴 계획이다”며 “현재로서는 반영될 지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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