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경찰서는 23일 "윤락가 업주들을 상대로 형사 사건을 해결해주겠다며 돈을 받아 챙긴 박모씨(49·안마시술소 운영)와 이모씨(54·무직)가 현직 검사 등 법조인들에게 로비를 한 의혹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기 위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수차례 기각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해 8월 윤락행위 등 방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오모씨로부터 사건 해결비 명목으로 2500만원을 받아 이중 1300만원을 가로채는 등 2000년 10월부터 지금까지 세차례에 걸쳐 3000만원을 받은 혐의다.
경찰은 박씨에 대해 지난달 18일 긴급체포 및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범행과 관련돼 받은 돈을 일부 반환하거나 변호사 선임 비용으로 사용했고 피해자와 합의했다"며 대질 신문 등 보강 수사를 하라고 지휘했다. 검찰은 이날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영장에 대해서도 보강 수사를 지시했다.
이후 경찰은 보강 수사를 실시한 뒤 2일 피의자 이모씨에 대해 긴급체포 및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판사에 의해 기각당했다. 또 16일 신청한 박씨에 대한 2차 구속영장은 "받은 돈중 2500만원을 변호사 비용으로 사용했고 500만원을 받은 것만으로 구속하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검찰에서 기각당했다. 또 검찰은 같은날 박씨에 대해 신청된 2차 압수수색영장도 '내용이 포괄적'이라며 기각했다.
경찰은 박씨의 최근 3개월간 휴대전화 내역을 조사한 결과, 서울 수원 대전 지검 등 현직 검사 20여명과 판사, 변호사 등 30여명의 법조계 인사와 박씨가 통화한 내역이 나온데 이어 관련자들로부터 "박씨가 법조계 인사와의 친분을 바탕으로 돈을 받고 사건을 해결해 준다"는 진술을 확보해 수사를 확대했다고 밝혔다. 또 변호사 4명에 대해서는 방문·서면조사를 벌였으나 이들은 모두 혐의를 부인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경찰이 영장을 신청할 당시 수사기록에는 피의자들이 검사 등 법조인과 통화를 했다는 내용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검사는 혐의가 불분명한 단순 변호사법 위반 사건으로 파악했다"며 "결코 법조 비리 의심이 있는 수사의 제동을 위한 수사지휘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한 당시 용산경찰서 황운하(黃雲夏)경정은 경찰대 1기로 경찰대 총동문회장 출신이며 그동안 경찰의 수사권 독립과 관련해 강성 발언을 주도해온 인물이다.
이훈기자 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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