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단속방법▼ 경찰청이 23일 발표한 새 음주운전 단속 방식의 핵심은 일정 지점에 경찰관이 대기하면서 지나가는 차량 가운데 음주운전 징후가 뚜렷한 차량만을 골라 단속하겠다는 것.
지금처럼 10여명의 경찰관이 도로를 막고 모든 차량을 검문하지 않고 2, 3명의 경찰관이 일정 지점 또는 순찰 도중 음주의 징후가 뚜렷한 차량을 선별 단속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단속지점은 현재 경찰서마다 1, 2개이던 것이 4∼6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경찰은 특히 유흥업소 주변의 예방 단속을 강화할 예정이다. 단속 기준은 △이유 없이 차로에서 정지하거나 △앞차를 너무 가까이 따라가는 차 △과도하게 넓은 반경으로 회전하거나 △신호에 늦게 반응하는 차 △급정거, 급발진 차량 △지그재그로 운전하는 차 △차로 역행 △제한속도와 지나치게 차이가 나는 차 등 23개 항목이다. 이는 음주운전 때 나타나는 일반적인 행태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왜 바꾸나▼
경찰청은 “현재의 단속 방식은 국민에게 불편을 주고 있고 공감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도로를 막아서는 단속은 교통체증을 유발하는 등 통행권을 침해하는 경우가 많아 비(非)음주운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는 것. 경찰은 “미국도 새로 도입하려는 방식과 유사하게 교통의 흐름을 중시하는 단속을 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현재 한국처럼 차량을 막고 일일이 단속을 벌이고 있다.
▼논란▼
음주운전자가 해마다 늘고 있는 상황에서 단속을 완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1999년 24만여건이던 음주운전 단속 건수는 2000년 27만여건, 2001년 37만여건, 2002년 41만여건으로 해마다 급증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통장애인협회 임통일(任統一) 회장은 “외견상 음주 징후가 나타날 때는 이미 만취상태라고 보아야 한다”며 “경찰이 추진하는 새 지침은 만취운전자 외에는 단속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임 회장은 “음주운전은 국민의 생명을 해칠 수 있는 중대한 범죄 행위”라며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더 엄격해야 할 경찰이 국민의 불편을 덜어준다는 미명으로 음주운전 단속기준을 거꾸로 완화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청 내부에서도 이견이 적지 않다. “엄격한 법집행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지 않고 단속을 완화해 인기를 얻으려는 것”이라는 의견이 그것. 한 간부는 “위법 행위로 적발된 사람들로부터 경찰이 좋은 소리를 듣겠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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