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법조비리 수사’ 검찰서 제동

  • 입력 2003년 4월 23일 18시 43분


경찰이 법조계가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비리사건의 수사에 착수했으나 수사를 지휘하는 검찰이 경찰의 구속 의견을 수차례 기각해 수사권 독립을 둘러싼 검경의 갈등이라는 지적을 낳고 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23일 “윤락가 업주들을 상대로 형사사건을 해결해 주겠다며 돈을 받아 챙긴 박모씨(49·안마시술소 운영)와 이모씨(54·무직)가 현직 검사 등 법조인들에게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갖고 이들에 대해 구속 의견을 올렸으나 검찰이 수차례 기각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해 8월 윤락행위 등 방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오모씨로부터 사건 해결비 명목으로 2500만원을 받아 이 중 1300만원을 가로채는 등 2000년 10월부터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쳐 3000만원을 받은 혐의다.

경찰은 박씨에 대해 지난달 18일 긴급체포 및 구속영장 신청 의견을 냈으나 “범행과 관련돼 받은 돈을 일부 반환하거나 변호사 선임 비용으로 사용했고 피해자와 합의했다”며 대질신문 등 보강 수사를 하라고 지휘했다.

경찰은 16일 박씨에 대해 2차로 구속 의견을 냈으나 “받은 돈 중 2500만원을 변호사 비용으로 사용했고 500만원을 받은 것만으로 구속하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검찰에서 기각당했다.

경찰은 박씨의 최근 3개월간 휴대전화 통화 명세를 조사한 결과 서울 수원 대전지검 등 현직 검사 20여명과 판사, 변호사 등 30여명의 법조계 인사와 통화한 내용이 나온 데 이어 관련자들로부터 “박씨가 법조계 인사와의 친분을 바탕으로 돈을 받고 사건을 해결해 준다”는 진술을 확보해 수사를 확대했다고 밝혔다. 또 변호사 4명에 대해 방문·서면조사를 벌였으나 이들은 모두 혐의를 부인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경찰이 구속 의견을 냈을 당시 수사기록에는 피의자들이 검사 등 법조인과 통화를 했다는 내용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검사는 혐의가 불분명한 단순 변호사법 위반 사건으로 파악했다”며 “결코 법조비리 의심이 있는 수사의 제동을 위한 수사지휘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한 당시 용산서 황운하(黃雲夏) 경정은 경찰대 1기 출신으로 경찰대 총동문회장을 지냈으며 그동안 경찰의 수사권 독립과 관련해 강성 발언을 주도해온 인물이다.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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