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층 美보딩스쿨 진학 이상열기

  • 입력 2003년 4월 23일 18시 43분


최근 5개년간 미국 필립스앤도버고교 한국학생 입학추이 (자료:미국 필립스앤도버고교)
지원자 수입학생 수
1999(9월학기)360
2000543
2001624
2002664
2003693
일부 부유층 자녀들 사이에 ‘미국 사립 명문고교 입학 붐’이 일고 있다.

최근 입학생 모집을 마친 미국의 유명 ‘보딩스쿨’에는 한국 지원자들이 몰려 수십 대 1의 경쟁을 벌인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일부 보딩스쿨의 경우 한국인 지원자가 5년 사이 2배 가까이 증가하기도 했다. 보딩스쿨은 기숙사를 갖춘 사립학교로 미국의 고소득, 고학력층 자녀들이 주로 다니며 미국 명문대 진학의 ‘보증수표’로 통하고 있다.

▽입학 실태=본보 취재팀이 미국 최상위권 보딩스쿨 9곳의 입학담당자와 전화, e메일 인터뷰로 확인한 결과, 이들 학교의 9월학기 입시에서 한국인 학생들은 평균 10 대 1, 최대 30 대 1 정도의 경쟁률을 보였다.

또 최근 5년 새 지원자 수가 2배 정도 늘어난 곳도 있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졸업한 ‘필립스앤도버’의 경우 99년 36명이던 한국인 지원자가 올해 69명으로, ‘필립스엑스터’는 99년 40명에서 올해 74명으로 늘었다. 이 학교들은 해마다 4, 5명의 한국인을 뽑고 있다.

미 대입수능시험(SAT) 성적 1, 2위를 다투는 ‘초트로즈메리홀’은 올해 60명이 지원해 6명이 합격했으며 ‘브룩스스쿨’은 4명을 뽑는데 75명이, 4명을 뽑은 ‘스티븐슨스쿨’은 58명이 지원했다. 이 밖에 그로튼스쿨과 디어필드스쿨은 올해 80여명의 한국학생이 지원해 5, 6명을 뽑았다고 학교측은 추정했다.

디어필드스쿨 입학담당관 그로스는 “전체 입학생의 12%가 아시아계이며 이 중 한국학생들이 3분의 1을 차지한다. 한국지원자 수는 다른 아시아국을 모두 합친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유학 입시생’ 급증=‘필립스 O년 연속 합격’ ‘그로튼 ×명 합격’…. 최근 서울 강남역 역삼역 인근에는 이 같은 격문을 건물 밖에 붙인 학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런 ‘미국 고입(高入)’ 학원은 서울지역에만 10곳을 넘는다.

‘입시생’들은 현재 이곳에서 11, 12월에 있을 중등학교 입학수능시험(SSAT)에 대비하고 있다. ‘주말반’에는 대전 부산 등지의 학생들까지 원정과외에 나선다.

미국 내 보딩스쿨은 약 250개. 유학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이 보딩스쿨 입학을 준비 중인 학생은 1500명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서울 강남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관내 중2년생 1만2014명 중 303명이 ‘장기결석생’으로 분류된다. 교육청 관계자는 “장기결석생의 99%가 유학생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왜 몰리나=일부 학부모들은 보딩스쿨이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엘리트 교육’을 실시한다는 점을 중시하고 있다.

학원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 A씨(44)는 “영어권 학교라는 장점뿐 아니라 미국 주류사회에 편입될 친구들을 사귀고, 매너나 체육교육도 잘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진학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또 1인당 연간 5000만원 이상의 체재비가 들지만 기숙생활로 인해 부모가 동행하지 않아도 되는 점도 매력으로 꼽았다.연세대 교육학과 연문희(延文熙) 교수는 “부유층 학부모들이 한국의 평준화 교육에 만족하지 못해 ‘미국 고교입시생’이 늘어나는 것 같다”며 “다만 사춘기 학생들이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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