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칠곡 약동초 학부모들 자녀 등교 거부

교사의 학생 체벌에 학부모들이 자녀의 등교거부로 맞서고 있다. 학부모들은 교사의 생활지도 방식을 비난하거나 항의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학습권’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어 주목된다.

경북 칠곡군 기산면 약동초등학교 1학년 3반 학부모들은 21일 “담임교사가 아이들을 가혹하게 체벌하는 것은 비교육적 처사”라며 시정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청와대와 경북교육청 등에 제출했다.

학부모들은 담임교사의 교체를 요구하며 22일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학부모들이 제출한 진정서에 따르면 △화장실에 갔다가 뛰어왔다고 뺨을 맞았다 △급식소에서 가만히 서 있으라고 했는데 움직였다고 줄줄이 뺨을 맞았다 △밥을 늦게 먹거나 흘린다는 이유로 맞았다 △종아리를 수시로 맞아 피멍이 들었다 등 담임교사가 상습적으로 아이들을 ‘구타’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지모 교사(여·53)는 “급식소에서 말을 듣지 않은 학생들이 손바닥을 때린 것과 다른 학생의 얼굴을 할퀸 아이의 뺨을 때린 것은 사실이나 밥을 늦게 먹는다는 이유 등으로 때렸다는 학부모들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경북도교육청과 칠곡교육청 홈페이지에는 ‘학생을 체벌로 교육하려는 것은 구태의연한 방식’이라며 비판하는 학부모들의 글이 이어져 조회수가 1만 건을 넘어섰다.

한 학부모는 “교사의 수업권이 중요한 것과 마찬가지로 학생과 학부모의 학습권도 보장돼야 한다”며 “학습권 보장을 위해 학생과 학부모가 참여하는 교사평가제를 도입해 공교육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학부모는 “사람이 사람을 때리는 것은 범죄인데도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감수해야 하는 사람은 학생뿐”이라며 “학생의 인권까지 짓밟으면서 교육 운운 하는 것은 기본이 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측은 이에 대해 “학생을 때린 것은 사실이므로 담임교사를 일단 교체하기로 했다”며 “학부모들과 대화를 해서 바람직한 해결책을 찾아 보겠다”고 말했다.

지난주에는 포항시내 모 초등학교의 교사는 숙제를 해온 어린이가 숙제를 안 한 어린이의 뺨을 때리게 했다가 교육청으로부터 주의조치를 받는 등 물의를 빚기도 했다.

체벌과 등교거부에 대해 교육학자들은 “교사나 학부모가 학생을 독립된 인격체가 아닌 문제해결의 수단이나 대상으로 삼는데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구교대의 한 교수(교육학)는 “어떤 경우에도 아이들의 인권과 학습권은 존중돼야 한다”며 “체벌로 학생을 조종할 수 있다는 태도와 자녀를 등교거부 시키는 행동은 모두 아이들을 소유물처럼 생각하는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칠곡=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