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황선주/처칠과 존 레넌도 '문제아' 였다

  • 입력 2003년 4월 24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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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주
“상습적인 지각생이다. 여러 가지 물건을 잃어버린다. 야무지지 못하다.”

“틀림없이 실패를 향하고 있다. 학급의 익살꾼으로, 다른 학생들의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세계적인 정치인인 윈스턴 처칠과 전설적인 록 그룹 ‘비틀스’의 멤버 존 레넌의 생활기록부다. 처칠은 학창시절 반에서 최하위에 머무는 낙제생이었다. 만약 그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공부를 못한다고 교사와 아이들로부터 놀림의 대상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존 레넌 역시 문제아로 낙인찍혀 사회 부적응자가 됐을 것이다. 이처럼 한국은 성적 지상주의에 빠져 있다.

필자는 딸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 학교운영위원이어서 학부모들과 접할 기회가 많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우리아이는 반에서 몇 등 하는데…”라는 식으로 자랑처럼 말하곤 한다. 자녀가 어떤 것에 소질이 있고 무엇을 잘 하는지에 대한 관심은 아예 없어 보인다. 몇 점을 받아 어떤 대학으로 가느냐만 중요할 뿐이다.

최근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참여정부 교육정책방향과 12대 핵심 추진과제 제안’을 보면 한국교육의 주요 문제로 국가경쟁력과 학업성취 측면에서 ‘상위 5% 학생의 경쟁력 부족’을 들었다. 이런 주장은 지금의 입시위주 교육의 폐단을 해결할 방안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금이라도 다양한 교육 수요를 충족시키고 아이들의 재능을 스스로 키워가도록 하는 교육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지금의 일반계 고교를 다양한 특성화 고교로 바꿔 나가야 한다. 예를 들어 컴퓨터를 전공하는 전자고교를 나왔다면 대학의 컴퓨터 관련학과를 가도록 하고, 과학고교의 화학과 출신이라면 화학 관련 학과에 진학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대학입시 경쟁도 관련 학과나 특성학교 중심으로 경쟁이 축소되고 대학도 특정대학 특정학과를 육성하는 방향으로 자연히 정리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고교 때부터 자기 특기에 맞는 공부를 하게 되고, 각 분야에서 다양하고 뛰어난 전문가를 배출하게 되어 국가경쟁력이 배가되리라고 생각된다.

황선주 대구 경북기계공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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