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보험왕의 인간승리 '꼴찌에게 박수를'

  • 입력 2003년 4월 28일 16시 13분


'꼴찌에게 박수를….'

학창시절 꼴찌를 맴돌다 사회생활 우등생으로 우뚝 선 LG화재의 보험판매왕 조주환(趙周煥·42)씨 이야기가 화제다. 조씨는 지난 한해 43억8000만원 어치의 보험을 팔아 올해 LG화재의 보험판매왕인 '골드마스터' 자리에 올랐다.

경기 김포에서 자란 그는 고등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자신이 이렇게 보험영업으로 '대박'을 터트릴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집안형편이 어려운데다 체격도 왜소하고 내성적이어서 친구도 없이 늘 혼자 지냈다. 때로는 다른 학생들 숙제를 대신 해주거나 심부름을 하기도 했다. 이를테면 '빌빌거리는 친구'였다.

그는 "학업성적은 60명 가운데 20등 내외였는데 전반적인 학교생활에 등수를 매긴다면 전교생 300명 가운데 280등 정도"였다며 "매사에 뒷전에 처지기 일쑤여서 고등학교 동창들 가운데 나를 기억하는 친구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웃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조그마한 포도밭을 물려받아 젖소를 키우며 농사를 지었다. 그나마 우루과이라운드라는 복병을 만나 소값이 폭락하자 먹고 살 길이 막막했다.

그러던 차에 1992년 자동차 영업을 하던 친형의 권유로 보험업계에 뛰어들었다.

낯선 사람과 제대로 눈도 못마주치던 그는 타고난 '영업맨'이었던 형을 쫓아다니며 자동차보험을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

몇 개월 뒤 형이 자동차 세일즈를 그만두자 본격적으로 '홀로서기'에 나섰다. 매일같이 거울을 보며 밝은 표정을 짓고 보험상품을 설명하는 연습을 했고, 제일 먼저 출근해 가장 늦게 퇴근하며 선배들의 영업 노하우를 익히고 보험지식을 습득했다.

그는 차츰 사람을 만나는 일이 자신감도 생겼다.

그의 소신은 '고객이 다른 고객을 소개하도록 만들지 못하면 실패한 영업이다'는 것. 최선을 다해 고객을 상대하면 고객은 스스로 찾아오게 돼 있다고 믿었다.

93년 여름 보험영업 2년차 때의 일. 자신을 통해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고객이 강원도에서 불법유턴을 하다가 마주오던 차와 정면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휴가차량으로 막힌 도로를 따라 경기 김포에서 10시간 걸려 경찰서로 달려갔다.

뒷 일을 수습한 뒤 고객을 집 근처 병원으로 옮기고 나서 다음날 집으로 돌아왔다.

이 고객은 지금까지도 조씨를 통해서만 보험에 가입하며 그동안 30여명의 다른 고객을 소개해줬다고 한다.

조씨는 결국 보험영업 11년만에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설계사가 됐다.

"학창시절을 생각하면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스스로 의아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할 수 있다고 믿고 성실하게 노력하면 불가능이란 없는 것 같습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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