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이번 수사의 향배에 따라 앞으로 검찰의 위상과 정치적 독립이 가름될 것이라는 점에서 검찰 안팎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사팀 내부에는 소환된 두 사람 모두 지난 대선 당시는 물론 지금도 노 대통령과 가까운 관계라는 점을 의식해서인지 긴장감이 비치기도 했다.
검찰은 안 부소장의 경우 99년 7월 나라종금에서 2억원을 받을 당시 노 대통령이 설립한 지방자치실무연구소 사무국장으로 일했기 때문에 돈의 사용처에 대해서는 결론이 나오기 전에는 언급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노 대통령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뜨거운 감자’를 조심스럽게 다루겠다는 것.
수사팀은 이날 안 부소장을 상대로 문제의 2억원의 행방과 ㈜오아시스워터의 회계장부가 없어진 이유 등을 매섭게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부소장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2억원은 생수회사의 자금으로 사용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는 후문이다.
수사팀은 안 부소장이 2억원의 사용처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으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나 조세포탈 혐의 등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그러나 이 카드가 아직도 유효한지를 놓고 검찰 내부의 관측은 엇갈리고 있다.
안 부소장이 돈을 받은 정황이나 명목에는 의심이 가지만 현금으로 받았기 때문에 사용처 입증이 쉽지 않다는 것. 따라서 이 돈이 정치자금으로 쓰였는지, 회사 자금으로 사용됐는지 쉽게 확인하기 어렵다고 수사팀은 설명한다.
그렇다고 안 부소장을 그대로 돌려보낼 경우 ‘봐주기’ ‘해명성’ 수사를 했다는 비판이 따를 수 있고, 별도의 개인 비리를 밝혀내면 권력 핵심층에서 ‘별건 수사’라며 반발할 수도 있다는 점에 검찰은 고민하고 있다.
염 위원도 건네받은 5000만원이 수자원공사 자금 유치의 대가가 아니라 ‘용돈’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아 수사가 예상외로 난항을 겪고 있다는 것. 하지만 수사팀은 그의 경우 나라종금에서 추가로 돈을 받은 정황이 드러나 형사처벌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오전 하늘색 승용차를 타고 서울지검 서부지청 조사실에 도착한 안 부소장은 굳은 표정으로 “검찰 조사에서 성실하게 밝힐 생각”이라고 짤막하게 답한 뒤 곧장 조사실로 향했다. 염 위원은 이날 오후 굳게 입을 다문 채 조사실로 직행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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