괌 사고 보상금 대학장학금으로 기탁

  • 입력 2003년 5월 4일 14시 52분


대한항공 여객기 괌 추락사고 희생자의 유족이 거액의 보상금을 대학 장학금으로 기탁했다.

1997년 8월 대한항공 여객기 괌 참사로 숨진 승객 고정희(高貞姬·당시 27세·여)씨의 아버지 고학규(高學奎·67·서울 강남구)씨와 어머니 정명자(鄭明子·66)씨는 3일 딸의 모교인 대구가톨릭대를 방문했다.

고씨 부부는 이날 "사고 발생 이후 딸을 위해 무엇인가 했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모교에 기부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며 "재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써달라"고 숨진 딸의 보상금 2억원을 기탁했다.

딸이 생전에 다니던 길을 그대로 밟아 보기 위해 승용차 대신 버스를 타고 서울에서 대구를 거쳐 경북 경산에 있는 대구가톨릭대에 도착했다는 고씨 부부는 교정을 둘러본 뒤 딸의 입학식 당시를 회상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고씨 부부는 당초 익명으로 돈을 기부할 예정이었으나 대학측의 간곡한 요청에 따라 이름을 밝혔는데 공식적인 장학금 전달식은 거절했다.

아버지 고씨는 "정희가 선생님이 되었다고 좋아했었는데 못다한 꿈을 후배들이 이루어주리라 믿는다"며 "딸도 하늘에서 보고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다.

1994년 대구가톨릭대 지리교육과를 졸업한 정희씨는 경기 화성의 비봉종합고 교사로 재직하던 1997년 8월 6일 친구와 함께 대한항공 여객기를 타고 미국으로 연수가다 숨졌다.

경산=최성진기자 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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