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 괌 사고로 숨진딸 보상금 장학금으로 기탁

  • 입력 2003년 5월 4일 18시 17분


대한항공 여객기 괌 추락사고 희생자의 유족이 거액의 보상금을 대학 장학금으로 기탁했다.

1997년 8월 괌 참사로 숨진 승객 고정희(高貞姬·당시 27세·여)씨의 아버지 고학규(高學奎·67·서울 강남구)씨와 어머니 정명자(鄭明子·66)씨는 3일 딸의 모교인 대구가톨릭대를 방문해 재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써달라며 숨진 딸의 보상금 2억원을 기탁했다.

이들 부부는 이날 “사고 이후 딸을 위해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오다 모교에 보상금을 기부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며 “딸도 하늘에서 보고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당초 익명으로 돈을 기부할 예정이었으나 대학측의 간곡한 요청에 따라 이름을 밝혔지만 공식적인 장학금 전달식은 거절했다.

딸이 생전에 다니던 길을 그대로 돌아보기 위해 승용차 대신 버스를 타고 서울에서 대구를 거쳐 경북 경산에 있는 학교에 도착한 이들 부부는 교정을 둘러본 뒤 딸의 입학식 당시를 회상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아버지 고씨는 “정희가 선생님이 되었다고 좋아했었다”며 “정희가 못다 이룬 꿈을 후배들이 대신 이루어 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94년 대구가톨릭대 지리교육과를 졸업한 정희씨는 경기 화성시의 비봉종합고교 교사로 재직하던 97년 8월6일 친구와 함께 대한항공기를 타고 괌을 거쳐 미국으로 연수를 가다 추락사고로 숨졌다.

경산=최성진기자 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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