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이런 뜻을 모은 것은 지난달 28일의 5학년 3반 학급회의에서였다. 이라크 어린이들의 딱한 사연을 듣고서 모두가 “우리와 같은 또래의 아이들이 힘겨워하고 있는데 우리만 즐거운 어린이날을 보낼 수 없다”며 모금운동에 나서기로 한 것. 다른 7개 반 학생들도 ‘우리가 아이스크림 하나 사먹을 돈이면 이라크 어린이 수십명을 탈수증세에서 구할 수 있다’는 말에 적극 동참했다.
이를 지켜본 5학년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기특한 마음을 살리기 위해 어린이날 선물을 사주기 위해 준비해뒀던 비용도 모금 운동에 보태기로 했다. 아이들은 “어린이날이 꼭 선물을 받기만 하는 날이 아니라 다른 어린이들을 위해 선물을 줄 수도 있는 날이란 의미를 되새겼으면 좋겠다”는 부모들의 말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5학년 3반 학급대표 김을령(金乙嶺·10)양은 “어학연수 갈 때 용돈으로 쓰기 위해 모았던 돼지저금통을 털었고 어린이날 선물로 받기로 한 미니컴퓨터를 포기했다”며 “이라크 어린이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3일까지 100만원을 넘긴 이 성금은 6일 이라크 어린이 돕기 운동을 펼치고 있는 동아일보와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UNICEF) 한국위원회에 전해질 예정이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