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불법 도급택시' 판친다

  • 입력 2003년 5월 6일 17시 48분


지난달 8일 서울 양천구에 있는 택시회사 S사의 노조위원장 김모씨(52)는 도급제 폐지와 교대시간 개선 등을 요구하며 자살을 기도했다. 도급제의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한 사건이었지만 그다지 큰 사회적 관심을 끌진 못했다.

도급제는 불법이지만 서울시내 택시회사 가운데 도급제를 실시하는 회사가 적지 않다.

도급제란 운전사가 하루 5만원 안팎의 도급료를 내고 초과수입금을 갖는 제도. 회사는 운전사에게 임금을 주지 않으며 유류비나 수리비 등도 운전사가 부담해야 한다. 도급제가 적발되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60일 동안 사업이 정지된다.

현재 택시회사들이 시행하고 있는 제도는 1997년부터 도입된 전액관리제. 이는 회사가 운전사들로부터 택시운송수입금 전액을 거둬 수입금 액수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3월 노원구 H사는 전체 택시 83대 가운데 15대가 도급제를 하고 있다는 한 시민의 고발에 따라 6대가 운행 정지되는 조치를 당했다. 노원구는 도급제 사실을 입증할 명백한 증거가 없어 위법인 차고지 밖 교대를 이유로 이 같이 조치했다.

또 중랑구의 S사는 택시 71대 중 30대에 대해 도급제를 실시하고 있다는 이유로 3월 말 전국택시노동연맹 서울지역본부에 의해 고발됐다. 중랑구는 전액관리제 위반으로 S사에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으며 도급제 여부에 대한 확인작업을 벌이고 있다.

도급제를 실시하다 고발되더라도 운행정지를 당하는 사례는 극히 적은 게 현실.

‘불법택시 근절을 위한 택시노동자모임’은 최근 3개월 동안 차고지 밖에서 교대와 수금이 이뤄지는 도급제 시행 현장 60여건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 모임 관계자는 “서울시내 택시의 절반은 도급제”라며 “회사가 개인에게 2500만원 안팎에 택시를 넘기고 그 개인이 다시 도급을 주는 지입제도 성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택시회사에 대한 감독 책임이 있는 각 구 관계자들은 “도급제를 하는 회사가 있다는 것을 알지만 회사들이 서류를 완벽하게 꾸며놓아 현장을 덮치지 않는 한 단속이 어렵다”고 실토했다.

택시업계는 도급제를 하는 회사가 해당 택시를 서류상으로는 마치 운행하지 않는 것처럼 처리해 탈세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최근 택시운전자가 크게 줄어드는 것도 도급제 성행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택시노동자모임 관계자는 “신용불량자가 늘어나면서 정식으로 취업하면 월급을 압류당할지 몰라 도급 운전사로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민주택시노조연맹 김성한(金聖翰) 정책국장은 “도급제 운전사들이 수입을 늘리려고 과속이나 승차 거부, 합승 등을 하는 바람에 결국 시민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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