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 배경 "생존권 문제"

  • 입력 2003년 5월 6일 18시 12분


전국 운송하역노조 화물연대 기사들은 파업을 벌이는 이유에 대해 한 마디로 "생존권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기름값과 도로 통행료는 계속 오르는데 오히려 운임은 몇 년째 깎이고 있어 도저히 생계를 지탱할 수 없다는 것. 현재 농업용 기름에만 세제 혜택이 주어지고 있다.

화물연대 포항 및 경남지부는 이에 따라 운임 인상을 요구했으나 포스코 등이 화물연대 차량의 출입을 막거나 차량을 배정해주지 않는 등 노조를 탄압했다며 2일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포스코와 한국철강 등 화주(貨主) 업체들에 수차례 대화를 요청했으나 대화에 응하기는커녕 오히려 운수업체에 압력을 행사해 기사들과 대화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며 "포스코 등이 사실상 화물차 업계를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내 화물운송 체계의 97%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 지입제도 화물연대가 파업에 나선 배경이다. 지입제란 차량은 자신의 소유지만 등록은 화물운송업체 명의로 하게 돼 이른바 '번호판 값'인 지입료를 화물업체에 내고 일감을 배당받아 운전하는 형태를 말한다.

불어나는 빚을 감당하지 못해 최근 화물연대 포항지부 조합원 박상준씨(34)가 목숨을 끊은 사건은 파업사태에 불을 지폈다.

박씨는 지난달 27일 동료에게 전화를 걸어 "투쟁에서 반드시 승리해 달라"는 말을 남기고 음독자살을 기도해 28일 숨졌다. 박씨는 8000여만원의 빚을 지고 있었으며 이의 대부분은 경유값, 도로통행비 등 직접비용과 차량 할부구입비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화물연대 측은 밝혔다.

화물연대는 정부에 ▷사업용 자동차에 부과하는 경유세 인하 ▷도로통행료 인하 및 요금체계 개선 ▷지입제 폐지 ▷제도개선을 위한 노정(勞政) 협의기구 구성 등 10개항을 요구하며 관철되지 않을 경우 강력한 투쟁을 벌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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