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배경]‘생계위협’ 불만 폭발

  • 입력 2003년 5월 6일 18시 32분


전국운송하역노조 화물연대(화물운송특수고용노동자연대) 운전사들은 파업을 벌이는 이유를 한마디로 “생존권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기름값과 도로통행료는 계속 오르는데 운임은 10년 넘게 제자리이거나 오히려 깎이고 있어 도저히 생계를 지탱할 수 없다는 것. 현재 경유가에 대한 세제혜택은 농업용 차량에만 주어지고 있다.

화물연대 10개 지부 중 가장 먼저 2일 전면파업에 들어간 포항 및 경남지부는 포스코 INI스틸 동국제강 등 화주(貨主) 업체들에 운임 인상을 요구했으나 화주들이 화물연대 차량의 출입을 막거나 차량을 배정하지 않는 등 노조를 탄압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내 화물운송체계의 90%를 웃도는 것으로 추산되는 ‘지입제’도 화물연대가 파업에 나선 배경이다. 지입제란 차량은 자신의 소유지만 등록은 한진 대한통운 등 운송업체 명의로 하게 돼 ‘번호판 값’인 지입료를 운송업체에 내고 일감을 배당받아 운전하는 형태.

정호희 운송하역노조 사무처장은 “일감을 배당하는 과정에서 2중, 3중으로 중간 알선업체가 개입해 운임을 가로채는 바람에 운전사들이 실제로 받는 돈은 화주가 지불하는 운임의 60∼70%에 그친다”고 말했다.

화주는 운송업체에 t당 2만6000원의 운송료를 현금으로 지급하지만 지입제 운전사는 중간 알선업체에 갖가지 명목으로 커미션을 뜯기고 t당 1만6000원 정도를 그나마 3∼6개월짜리 어음으로 받는다는 것.

11.5t짜리 화물차를 운행하는 심재학씨(39·경인지부)는 “의왕에서 부산까지 2박3일로 한 번 왕복하면 50만원가량의 수입이 생기지만 기름값 30만원, 통행료 5만원 등 직접비용과 차량 할부구입비, 보험료, 지입료 등을 빼면 적자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화물차 운전사들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살인적인 노동도 감내하고 있다. 부경대 윤영삼 교수(경영학)가 3월 발표한 ‘화물노동자의 노동실태’에 따르면 이들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80.7시간에 이른다.

불어나는 빚을 감당하지 못해 지난달 28일 화물연대 포항지부 노조원 박상준씨(34)가 목숨을 끊은 사건은 파업 사태에 불을 지폈다. 박씨는 8000여만원의 빚을 진 것으로 알려졌다.

화물연대는 지부별, 사업장별로 화주와 운송업체들을 대상으로 운임료율 인상, 지입제 개선, 화주와의 직접계약 체결 등을 요구했으나 별다른 진척이 없자 대(對)정부 교섭에 나서 지난달 25일과 28일, 이달 2일과 6일 건설교통부 등 정부와 4차례 교섭을 가졌다. 그러나 정부는 △사업용 자동차에 부과하는 경유세 인하 △도로통행료 인하 및 요금체계 개선 △지입제 폐지 △제도 개선을 위한 노정(勞政) 협의기구 구성 등 화물연대의 요구에 대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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