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체들의 제품 운송과 차량 통행을 방해하는 등 포항지역을 중심으로 한 화물연대 회원들의 불법행위에 대한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지만 직접적인 계기는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불호령이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노 대통령은 국무회의가 다 끝나갈 무렵 “(TV 뉴스에서 보니) 노동자들이 포철 정문을 2일부터 통제하고 시내 화물트럭 통행을 저지해 포항 교통질서가 마비된 것 같다. 국가 안전질서를 해치고 실력으로 도시 기능을 마비시키는 행위라고 볼 수도 있는데 왜 아직까지 보고가 되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깜짝 놀란 최종찬(崔鍾璨) 건설교통부 장관과 김두관(金斗官) 행정자치부장관 등이 “확실히 파악하지 못했다”고 답변하자 노 대통령은 “지방에서 보고를 안 했으면 공무원이 노는 게 아니냐. 질서를 정상화시켜야 하지 않느냐”며 꾸짖었다고 조영동(趙永東) 국정홍보처장이 전했다. 대통령 자신도 알고 있는 것을 관계 장관들이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에 상당히 화가 났다는 후문이다. 노 대통령은 아울러 “오늘 중으로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해 대처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하고 “빠른 시간 안에 지금의 불법적 상태를 해소시켜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국무회의에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고 물러난 관계 장관들은 서울 정부중앙청사로 자리를 옮겨 고 총리 주재로 오후 1시30분부터 긴급 대책회의에 들어갔다.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모색했지만 결과는 화물연대 회원들의 불법적인 업무방해 행위에 ‘매우 깊은 유감’을 표시하고, 제품 출하를 방해하는 불법행위를 조속히 해제토록 촉구한다는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
대형 트럭들의 도로 점거로 인해 철강제품 공급이 중단되면서 철강업체뿐만 아니라 자동차 조선 등 다른 산업분야 생산에 미치는 심각한 악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대책은 마련하지 못했다.
정부 관계자는 “20t짜리 대형 트럭 수백대가 철강업체 입구를 막고 서 있으나 이를 견인할 특수차량이 3대밖에 없어 강제 해산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값비싼 외제 트럭도 많아 강제로 치우면 차량 피해가 커진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편 청와대 소식지인 ‘청와대브리핑’은 노 대통령의 이날 지시와 관련해 “일방적인 힘으로 밀어붙여 기본적인 사회질서를 파괴하는 불법적인 집단행동에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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