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천성산 홈페이지 만든 '환경지킴이' 지율스님

  • 입력 2003년 5월 6일 20시 51분


경부고속철도 부산 구간인 천성산, 금정산 관통을 반대하며 38일간 부산시청 앞에서 단식투쟁을 벌여 대통령의 노선 재검토 및 공사중단 결정을 이끌어 낸 경남 양산 내원사 지율 스님(45).

비구니인 그는 이제 오프라인상의 단식 대신 온라인상에서 생명과 환경의 지킴이 역할을 자처하고 나서 네티즌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3월 14일 단식을 끝낸 뒤 천성산 내원사로 돌아간 그는 그때부터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해 최근에는 홈페이지(www.cheonsung.com)까지 만들었다.

이 홈페이지에는 천성산에 대한 소개와 문학적 가치 뿐 아니라 자신이 직접 찍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의 아름다움을 담은 사진까지 올려놓았다. 천성산에 자생하고 있는 36가지 종류의 꽃과 20종류의 곤충, 15종류의 파충류, 34종류의 이끼류도 함께 실었다.

2월 5일부터 시작한 단식농성에 대한 이야기와 천성산에서의 근황을 소개한 ‘천성산일지’, 천성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글을 모아 만든 ‘천성산SOS’, 자료실, 자유게시판 등으로 꾸민 홈페이지는 천성산을 지키려는 그의 마음이 녹아 있다.

지율 스님은 또 이 홈페이지 구축과 동시에 한 달에 한번씩 대중들과 함께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명의 소중함을 공부하고 느끼기 위해 ‘초록의 공명’이란 모임을 만들었다. 매달 첫 번째 일요일마다 산행을 하는 이 모임은 꽃을 구경하고 맑은 물도 마시며 자연과 하나됨을 몸소 실천하자는 것이 목적.

“초록은 환경과 생명을 의미하고, 공명은 울려 퍼지는 소리로 환경을 지키려는 의지가 담겨있습니다. 대중들이 천성산 수호에 많이 동참해 줬으면 합니다.”

지율 스님은 4일에도 내원사 큰 법당 앞에서 은방울꽃 군락지를 거쳐 화엄벌까지 ‘초록의 공명’ 회원과 함께 산행을 하기도 했다.

“발끝에 걸리던 풀잎과 달아나던 노루 등 작은 생명들과 한 약속 때문에 천성산 지키기에 나섰다”는 그는 “아무도 책임지려고 하지 않는 슬픈 산하의 모습을 이곳(홈페이지)에서 이야기 하고 생명의 연대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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