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학교교육의 경쟁력은?

  • 입력 2003년 5월 6일 20시 51분


전국적으로 해마다 6만명 가량의 중고교생이 학교를 그만두고 있다. 뭉뚱그려 ‘학교 부적응 학생’이라고 분류하지만 ‘말썽’을 피우고 학교에서 밀려나는 경우 이외 ‘학교가 별 도움이 되지 않아’ 떠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중고교 6년을 다니기보다 검정고시 등을 통해 대학에 가거나 자신의 진로를 찾아가는 경우는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학원의 전문성이 만만찮은데다 온라인 교육시스템도 갈수록 발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가 교육을 위한 유일한 제도였던 시절과 비교해보면 지금의 학교는 지적(知的) 훈련을 위한 ‘하나의 통로’ 역할에 그칠 정도로 위상이 낮아지고 있다. 지금처럼 ‘획일적으로’ 학생들이 학교에 다니는 모습도 머지않은 미래에 사라져 버릴는지 모른다.

엊그제 윤덕홍(尹德弘) 교육부장관이 서울 강남지역의 학부모들과 가진 간담회에서는 대단히 충격적인 이야기들이 나왔는데도 정작 교육당국이나 학교현장에서는 무덤덤한 반응이다. 교육당국은 애써 외면하고 학부모들은 당연하게 여기는 것일까.

이날 학부모들은 “학원이 학교보다 낫다” “학원 강사들이 학교 교사들보다 더 전문가”라고 교육행정 최고책임자에게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교육 수요자인 학부모들의 입에서 학교의 존립근거를 무너뜨리는 말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던 것. 우리사회에서 무너져 내리는 공교육 현장의 단면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이 자리에 있던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는 인성 교육과 스스로 하는 학습능력을 키우는 곳”이라며 “학교는 지식 위주의 학원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 말에 학생과 학부모들이 얼마나 공감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인성(人性)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며 학원의 공부가 스스로 하는 학습과 거리가 멀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학생과 학부모가 학교만 쳐다보며 교육을 생각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공교육과 사교육의 대결구도 속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은 이미 나름대로 ‘선택’을 하기 시작했다. 교육당국과 교사들은 학교가 학원보다 확실히 낫다는 인식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심어줘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맞고 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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